(왼쪽)양성후, 김희윤 더부스(The Booth) 공동대표/사진=더부스 제공
한국 맥주에 일침을 가했던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 다니엘 튜더(33)는 직접 수제맥주 창업에 나섰다. 한국 청년 김희윤(28), 양성후(28) 공동대표와 함께 2013년 수제맥주집 '더부스'(The booth)를 열었다.
더부스 공동 창업자들은 모두 맥주 마니아다. 부부인 김 대표와 양 대표는 3주간 미국으로 간 신혼여행에서 200가지가 넘는 맥주를 마셨을 정도.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창업 동기도 간단했다. 양 대표는 "(공동창업자) 셋이서 맥주를 마시다 '우리 맥주가게 해볼까?'는 말이 나왔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돈을 모으기 시작해 9주 만에 첫번째 지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전국 9개 지점 확장
더부스는 2013년 5월 서울 이태원 경리단 1호점을 시작으로 강남·방배·삼성·해운대 등 2년 만에 9개 지점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전체 매장에서 하루에 1200~1500잔씩 팔린다. 지난해 연매출은 2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억원이다.
◇향과 맛으로 즐기는 수제맥주의 매력
사람들을 이끄는 더부스의 매력은 뭘까. 꿀꺽꿀꺽 마시는 일반 맥주와 달리 코로는 향을, 입으로는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맥주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더부스가 판교에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서울크림, 라즈베리 스타우트 등은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실험적인 수제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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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입 수제맥주도 판매한다. 지난달에는 세계 맥주 상위 3위안에 드는 덴마크의 '미켈러'를 한국 최초로 들여왔다. 서울 신사동에 '미켈러바 서울'을 낸 것. 미켈러바는 전세계 6개 지점뿐이고 아시아에서는 방콕이 유일했다. 이 외에도 이블 트윈, 투 욀(To Øl) 등 4가지 브랜드를 수입·판매한다. 이들 브랜드의 맥주 종류는 100가지에 이른다.
해외 수제맥주 수입 과정에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 독점권을 얻기도 했다. 해외 맥주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에 수입권을 주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긴 운송 과정에서 맛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더부스는 현지 그대로의 맛을 실릴 수 있다고 어필했다. 양 대표는 "우리는 맥주에 애정이 깊고 관리할 줄도 안다고 강조했다"며 "일반적으로 병맥주는 햇빛에 노출되는 트럭으로 운송하고 상온에서 보관하는데 우리는 냉장 트럭·창고를 갖춰 맛의 변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기업을 제치고 독점 수입권을 따냈다.
◇"맛있는 맥주 즐기는 문화 만들고 싶어"
더부스는 최근 수제맥주 제조·유통에 도전했다. 일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양 대표는 "수제맥주 가게가 우후죽순 생기는 상황에서 단순히 맥주 판매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브랜드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에 수제맥주 제조·유통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부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트코스트(Loast Coast) 중고 양조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P2P대출 8퍼센트에서 2억5000만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더부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이 있다. "수제맥주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와 같다고 생각한다. 15년 전 처음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인스턴트 믹스커피를 마셨다. 지금처럼 아메리카노가 대중화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맥주 양조장이 3000곳이 넘을 만큼 수제맥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곧 이런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부스 맥주/사진=더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