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그리스 위기에도 SK·CJ 등 총수 부재로 미래투자 난항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5.07.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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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 속죄 기회 제공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에 기업인 사면 및 가석방 요구에 나선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총수 부재로 최근 그리스 및 중국발 위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가 1개월 사이 30% 가까이 폭락하고,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총수 부재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9일 주요 그룹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갖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수반하는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총수 부재는 대규모 미래투자를 하지 못해 기업의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가 부재 중인 기업들은 전문경영인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최태원 회장이 2013년 1월 수감된 이후 SK그룹은 눈에 띄는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CJ그룹도 미래를 위한 투자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 이재현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이다.

SK그룹은 2013년에 SK텔레콤 (52,600원 ▲200 +0.38%)이 ADT캡스 인수전에 고배를 마셨고, SK E&S는 STX에너지(현 GS E&R)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도 SK에너지의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계획을 접었다. 올해는 KT렌탈 인수전에서 탈락했다. 한국적 기업환경에서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해서 전문경영인들이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SK (207,000원 ▼12,000 -5.5%)의 주력 계열사들은 미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37년 만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 (110,800원 ▼400 -0.36%)은 저유가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원개발과 인수합병에 나서야 하고, SK하이닉스 (183,800원 ▲3,900 +2.17%)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실행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리스크도 함께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가능성을 믿고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오너십을 가진 기업인만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총수가 직접 나서는 것과 전문경영인이 만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다르다"며 "기업인들에게 특혜를 주어서도 안되지만, 역차별해서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의 기업인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주면, 그들은 본인이 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지 알기에 그에 따른 책임감은 형 집행 과정에서 느낀 중압감보다 클 것이다"며 "강한 책임감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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