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만큼 맘고생한 김무성, 얻은 것과 잃은 것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5.07.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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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당 분열, 최악 상황 막아내…수평적 당청관계 한계 보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유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5.7.8/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유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5.7.8/뉴스1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했다. 지난 6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불신임한뒤 13일만이다. '유승민 정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유 원내대표 본인이지만,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했던 김무성 대표에게도 중요한 시험대였다.

김 대표는 의총을 통해 다수 견해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끌어내는 등 당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냈지만 '원내대표 교체'라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이래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은 따르되, 유 원내대표 사퇴는 막는 형태로 중간 합의점을 모색해왔다. 개정안 자동폐기와 의총을 통한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주도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유 원내대표의 사과도 김 대표가 제안했다.



그럼에도 친박(친박근혜)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도높게 압박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고 불명예 퇴진하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독대하면서 설득작업에도 나섰다. 강경한 친박계 의원들의 중론을 모으기 위해 비공개로 회의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윤상현, 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를 물밑에서 부단히 접촉, 당청 간 조율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누구보다 유 원내대표와 수시로 연락해 의중을 살폈다. 특히 지난달 28일 밤에는 장시간 통화하면서 당과 청와대의 기류를 포함해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데도 최전선에서 뛰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당 화합이 우선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언론 인터뷰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락가락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중재자 역할을 위해 김 대표는 끝까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를 설득하는 방안을 찾으려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양측 모두를 설득하는 해법을 찾지 못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양측 모두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전까지도 유 원내대표 유임 논리를 설파하다, 박 대통령의 강경기류 확인 뒤 결국 사퇴 유도에 총대를 메면서 당내 최대 실력자이자 차기 주자로서 모양새를 구겼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 때 대표로 출마하면서 강조했던 수평적인 당청 관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김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서슬퍼런 발언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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