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원회관을 떠나고 있다. 2015.7.8/뉴스1
새누리당 일각에서 당청 문제에 대한 유 전 원내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사퇴 요구가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다. 동시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내용을 일부 수정한 중재안을 제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상존해 있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를 우선 수습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뿐 아니라 유 전 원내대표와 국회를 강력 비난하자 원내대표직을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굳혔다. 본인의 사퇴가 당과 국회, 나아가 삼권분립의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문제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는 변에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는 이유는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정의다"라고 밝힌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가 선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컸던 것도 유 전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거부한 이유다. 수도권은 물론 경남 일부 의원들의 경우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는 유 전 원내대표를 당의 얼굴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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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 역시 "임기를 못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다"며 "지난 2월 당의 변화와 혁신 총선 승리를 약속드리고 원내대표가 됐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국민의 여론 또한 유 전 원내대표가 본인의 거취를 개인 문제로 풀 수 없다고 버틴 이유다.
당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찬성으로 기울던 여론은 청와대의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 논란으로 번지면서 반대가 우세해졌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아무리 집권여당이라도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입법부에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적 시각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사퇴하면서도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제1조 1항의 지엄한 가치 지키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면서 본인의 거취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는 뜻이다.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최종적으로 지지자분들의 뜻에 따르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던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진사퇴를 끝까지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