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마지막 기회 살릴까…7일 유로존 정상회의 촉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7.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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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일 정상회의서 경제개혁안 제출…獨 등 강경론 고수 협상 재개 불투명

그리스가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에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새 경제개혁안을 제출토록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로존이 그리스에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회담을 했다며 두 정상이 그리스가 7일 정상회의에 정부안을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가 그리스 지원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유로존 관리들은 이번 회의에서 협상 재개 합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을 비롯한 주요 정상들의 태도가 전에 없이 강경하다는 것이다.

유로존 관리들은 또 그리스가 ECB 채무 35억유로의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20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고위 관리는 "모두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관심을 갖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그렉시트를 말하지 않는다"며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스는 이번 유로존 정상회의가 협상 재개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재무장관을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협상에서 채권단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물러나고 그리스 채무협상단 대표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외교차관이 새 재무장관이 됐다. 차칼로토스 신임 장관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좌파 학자지만 바루파키스보단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이날 정당 대표들을 불러 모아 7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투표 결과가 유로존과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마련했다. 그리스는 전날 채권단의 긴축안 찬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반대표가 61%로 압도적이었다.

그리스의 적극적인 협상 복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아직 회의적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불행히도 그리스와 유로존의 인식차를 확대했다"며 "다른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의 새 제안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향후 이틀 안에 해법을 찾기에 충분한 신뢰와 정치적 기회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날 금융시장이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도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비타협적 태도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유로존 주요 정상들은 7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새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스의 새 제안을 두고 보자는 것으로 협상 재개 여부가 사실상 그리스의 새 경제개혁안에 달려 있는 셈이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이날 "그리스에 대한 새 지원 프로그램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정책위원회를 소집해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 규모를 총 890억유로로 동결하고 담보 조건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FT는 ECB가 유로존에 그리스 은행들이 담보로 쓰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리스의 명운이 걸린 ELA 지원 중단 같은 결정은 정치권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FT는 그리스 은행의 영업중단 조치가 최소한 9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정부는 그렉시트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이 심화하자 지난달 29일 은행 영업을 중단시켰다. 당초 방침대로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하는 건 현금 고갈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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