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새정치연합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07.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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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여권 내홍에 관심 줄었지만 결석 많은 반쪽 최고위원회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마스코트 '누리비'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5.7.3/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마스코트 '누리비'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5.7.3/뉴스1


3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마스코트 '누리비'의 깜짝 등장이 인상적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한 게 '뉴스'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직인선을 둘러싸고 문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일주일 가량 최고회의에 불참했다.

그랬던 이 원내대표가 2일 문 대표와 심야 담판을 거쳐 당무에 복귀했다. 이 원내대표가 그동안 국회법 거부권,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 현안에 따라 문 대표와 수시로 접촉했기 때문에 '전면 보이콧'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공식' 참석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 한 걸음 나간 것이다. 문재인-이종걸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팔을 서로 엇걸어 소주잔을 기울이는 '러브샷'으로 화해 기류도 드러냈다.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25일부터 열흘 가까이는 새정치연합에게 모처럼 한숨 돌리는 시기였다. 당 밖의 정치이슈가 폭발하면서 내부 갈등은 국민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탓에 친박(친박근혜)과 비박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일주일 넘게 겪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두고 최고위원회의는 욕설이 나오고 파행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새누리당을 향해 "대통령에게 굴종할 것이냐" "국민 머슴이 아니라 청와대의 머슴이 됐다"고 몰아세웠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수사 결과에는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당이 지금 상대 당 혼란에 정치적 이익을 기대할 처지는 아니다. 거부권의 회오리 탓에 야당의 치부가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분당이나 신당설까지 나오는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를 뚜렷이 보여주는 건 매주 월·수·금요일 최고위원회의다. 문 대표 측에 반발해 5월 최고위원직을 던진 주승용 최고위원, 주 최고위원의 '사표'를 결정적으로 촉발한 "공갈사퇴" 발언(5월8일)으로 징계를 받은 정청래 최고위원은 안보인지 오래다.


이 원내대표는 짧은 보이콧을 끝내고 복귀했지만 이번엔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에 반발, 최고회의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야 자숙기간이라고 쳐도 빈 자리가 많은 반쪽 회의가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다.

일차적으론 당권으 쥔 문 대표 책임이 크다. 당직 인선, 4.29 보궐선거 공천 등 각종 사안에 쌓인 소통부족 이미지가 해소되기보다는 굳어지는 양상이다. 비노 쪽의 수도권 의원은 "당권이 없는 쪽에선 그저 항의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양비론은 경계해야겠지만 비노 쪽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을 겨냥, "국회와 싸우지 말고 메르스, 가뭄, 가계부채와 싸워달라"고 날을 세웠지만 정작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메르스, 가뭄, 가계부채가 아니라 당내 상대방 계파와 주로 싸우고 있진 않은가. 정치인들에겐 명분과 대의를 앞세운 '보이콧'일지 몰라도 국민들 눈엔 그저 총선을 의식한 숨바꼭질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면 '가려진 시간 사이로'(윤상, 1992)라는 노랫말처럼 '가려진 시간'이 어느새 끝나고 다시 극심한 혼란상이 노출될 것이다. 지도부는 절박함을 갖고, 자리를 비운 사람은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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