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상승세 멈춘 코스피, 그리스 투표 촉각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5.07.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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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100 돌파후 투신매수 감소, 그리스 투표결과가 외인향방 좌우

코스피가 나흘만에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3일 증시에서 코스피는 2100 상단을 지켜냈으나 전일 대비 0.14% 내린 2104.41로 마감, 상승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장중 2090선 초반까지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투신권에서 1093억원(오후3시 기준)의 순매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수급환경이 악화된 영향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이 코스피에서 1000억원 이상 매물을 쏟아낸 것은 지난 5월8일(-1251억원) 이후 약 2개월만에 처음이다. 투신은 지난달 중순 코스피가 2020선까지 밀렸을 때부터 전일까지 기조적으로 매수우위를 이어왔으나 이날 상대적으로 많은 매물을 쏟아냈다.



투신의 매매행태는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나 환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직까지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지난달 10일 이후 이달 1일까지 16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의 순유입이 나타났다. 6월 한 달간 유입규모는 플러스 859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별 순유입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 최근 통계치인 지난 1일의 순유입규모는 192억원으로 지난달 10일(45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지난달 25일 1108억원이었던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는 지난달 29~30일에는 300억원대로 줄었고 재차 감소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의전략]상승세 멈춘 코스피, 그리스 투표 촉각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2100선을 회복한 데다 전고점(4월23일 2173.41, 5월22일 2146.10)과의 격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환매물량이 출회된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심화시킬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신권의 매물출회는 그간 저점대 매수에 이은 차익실현 욕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며 "5일(현지시간) 유로존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짓는 그리스 국민투표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해가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도로 인한 수급공백을 메워준 주요 주체가 투신을 비롯한 기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투신이탈은 우려를 자아낸다. 이 시점에서 외국인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추가로 강한 상승탄력을 얻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외국인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사흘간 코스피에서 매수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지난 2일(116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거래일의 순매수규모는 12억원, 94억원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기조적으로 코스피를 산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리스 변수는 외국인 수급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글로벌 투자자의 심리안정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긴축반대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긴축찬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어 국민투표 이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그리스의 신뢰하기 힘든 행동들로 인해 독일의 강경한 태도는 지속될 것이며 치프라스 진영이 이에 굴복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달 말 그리스가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고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 진입한 때 확인됐던 것처럼 글로벌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절정에 달했던 2010년말에 비해 현재의 그리스 채무규모는 26% 수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민간은행이 아닌 공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차원에서도 그리스 위기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단행되고 있다는 점도 투심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된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6월 의사록에서 ECB는 별도로 자산매입대상 공기업 리스트에 이탈리아 기업 3곳을 포함한 13개 기관을 추가했다"며 "이는 ECB가 그리스 사태 전염의 차단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ECB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리스 재정위기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까지 고려해 대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며 "그리스 선거결과에 따라 다시 단기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ECB의 적극적 전염차단 의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기의 연말이후 지연가능성 제기 등을 감안할 때 반등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리스 위기로 일시적인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지난달 중순 이후 확인된 국내발 자금유입 등이 완충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대신증권의 이 연구원은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내 정책 모멘텀과 저금리 기조심화로 인한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그리스 사태로 인한 외국인 공백을 다소나마 메워주는 요인"이라며 "그리스 사태로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수급공백에 따른 가파른 하락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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