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엔터만상]'나도 백종원처럼?'..'쿡방'은 예능이다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5.07.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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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엔터만상]'나도 백종원처럼?'..'쿡방'은 예능이다


요즘 요리 학원가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은 물론, 바쁜 회사생활 속에서 짬을 내 요리를 배우려는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요리학원에 등록을 하고 있다. 도저히 학원에 갈 시간을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그룹을 만들어 학원에 출장강의까지 요청 한다니 '요리'가 대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수강하는 학생이나 직장인 중 상당수가 남자라는 점이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라는 가부장적 정서가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요리'를 등하시하는 남자들은 애인이나 부인에게 시대를 못 따라가는 '찌질한' 남자로 취급 받기까지 한다.



요리를 남자의 매력으로 둔갑시킨데 있어 방송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전에도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대부분 '맛집 찾아가기'에 그쳤지만 지금의 요리 프로그램은 직접 사람들이 요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요리라면 손 사레를 치던 남자들을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콘셉트까지 붙여가며 부엌으로 이끈다.

각 방송사들이 요리 프로그램, 이른바 '쿡방'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셰프'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업가이자 연예인 소유진의 남편으로 불리던 백종원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수 있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하며 '백주부'라는 닉네임과 함께 이제는 아내인 소유진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백종원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셰프가 있는가 하면, 얼마 전 한 요리프로그램에서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여 혹평을 받은 4년차 셰프 맹기용은 네티즌들의 무차별 비난에 못 이겨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방송은 유행에 민감하다. 한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면 여기저기 베끼기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몇 해 전 '아빠 어디가'로 시작된 리얼 육아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요리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방송은 그저 방송으로 끝날 일이지만 요리처럼 전문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이를 시사한다. 물론, 요리를 훌륭한 직업으로써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스타로 접근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최근 방송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식 셰프 이연복씨가 심심찮게 방송에서 자신의 과거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그의 힘든 과거보단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현재에 더 주목한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 중식당 한 켠에서 잠을 청하고 하루종일 배달에 지쳐 있다 결국 중국집을 도망나왔다는 그의 얘기는 조금이라도 일이 어렵다 싶으면 다른 일을 찾곤 하는 현대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그리 와 닿지 않는 경험담으로 치부된다.

화려한 모습만 보고 도전하는 직업은 오래가지 못하는 게 자명하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는 방송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직업의 희노애락을 여과 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 역시 재미나 화려한 모습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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