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반박하려고 마이크를 잡자 회의종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 2015.7.2/뉴스1
사태의 발단은 김 최고위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매일 이런 말을 한다는게 고통스럽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이 이 같은 지도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발언을 강행하자 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던 회의는 말을 아끼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입을 열면서 폭발했다. 원 의장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가지고 긴급 최고위를 개최한 지 3일 밖에 안 됐다. 유 원내대표가 고민해 보겠다고 했는데 1주일을 못 기다리느냐"며 "해도 너무한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결정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회의가 이례적으로 파행된 것을 두고 "새누리당의 현재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걱정했다.
김 대표는 이후 외부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라며 "유 원내대표도 그런 의사를 밝혔는데 그 새를 못참고 연일 비판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 지도부 정도 되면은...얘기 안하겠다. 그만합시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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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내대표는 이런 속에서도 묵묵히 업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취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 운영이 계속 파행될 경우 유 원내대표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논란 끝에 3일로 확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또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번 운영위에선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서 의사봉을 잡고 이병기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업무·결산보고를 한다. 질의응답에선 유 원내대표 거취와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당내 갈등, 당청 충돌까지 재현될 수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측과 유 원내대표의 공수가 바뀌는 자리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