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퇴장' '욕설'…'막장' 치닫는 새누리

머니투데이 구경민 김태은 기자 2015.07.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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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유승민 사퇴 놓고 최고위원들 '충돌'…김무성 '퇴장', 유승민 '묵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반박하려고 마이크를 잡자 회의종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 2015.7.2/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반박하려고 마이크를 잡자 회의종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 2015.7.2/뉴스1


새누리당 내부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류에도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재차 나오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하자"며 회의를 끝내버렸다. 그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충돌로 당장은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류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청 협의는 물론, 당내 회의까지 파행되면서 버텨야 하는 유 원내대표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태의 발단은 김 최고위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매일 이런 말을 한다는게 고통스럽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와 전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유 원내대표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김 최고위원이 이 같은 지도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발언을 강행하자 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던 회의는 말을 아끼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입을 열면서 폭발했다. 원 의장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가지고 긴급 최고위를 개최한 지 3일 밖에 안 됐다. 유 원내대표가 고민해 보겠다고 했는데 1주일을 못 기다리느냐"며 "해도 너무한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결정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 의장이 발언을 마치자 김 최고위원이 곧바로 "한 말씀 드리겠다"며 발끈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가 "하지말라"고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김 최고위원은 "잘못 전달되면 안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김 대표는 "회의 끝내겠습니다. 회의 끝내"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향해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부당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이인제 최고위원이 "김 최고, 고정해"라며 제지에 나서고 서청원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의 팔을 붙드는 등 김 최고위원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회의 참석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이 중에 김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X새끼"라며 김 최고위원의 행동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다른 새누리당 당직자 역시 김 최고위원에 대해 "지X하네"라면서 냉소를 보내며 회의장을 나갔다.

한 여당 의원은 회의가 이례적으로 파행된 것을 두고 "새누리당의 현재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걱정했다.

김 대표는 이후 외부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라며 "유 원내대표도 그런 의사를 밝혔는데 그 새를 못참고 연일 비판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 지도부 정도 되면은...얘기 안하겠다. 그만합시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런 속에서도 묵묵히 업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취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 운영이 계속 파행될 경우 유 원내대표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논란 끝에 3일로 확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또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번 운영위에선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서 의사봉을 잡고 이병기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업무·결산보고를 한다. 질의응답에선 유 원내대표 거취와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당내 갈등, 당청 충돌까지 재현될 수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측과 유 원내대표의 공수가 바뀌는 자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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