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넘어 사무관된지 몇달 만에…" 침통한 표정의 공무원들

머니투데이 전주(전북)=이동우 기자 2015.07.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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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주 지방행정연수원…중국 버스 추락사고, 지자체 공무원 10명 사망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불과 몇 달 전에 승진했는데.. 수십 년을 군말 없이 일만 해온 사람인데…."

2일 공무원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만난 광주시청 관계자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지자체에서 파견됐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인 김모씨(55)를 잃은 슬픔은 좀처럼 가시질 않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지방은 다들 두루 지내고, 서로 집안 사정을 다 알고 있다"며 "오래 고생하다 얼마 전 사무관을 달아 다들 축하했는데 봉변을 당하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짧게 전했다.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지난 1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로 8개 시·도 지방직 5급 공무원 10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오는 3일까지 4박5일간 고구려·발해 터와 항일운동 유적지를 둘러보는 연수를 진행 중이었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들은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20년 넘게 공직에 복무하다, 뒤늦게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터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는 5급 사무관을 '공무원의 꽃'으로 부른다"며 "지난 2월에 즐겁게 연수원에 들어와 이제 겨우 반이 지났을 뿐인데 사고가 나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연수를 받던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연수원 분위기도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 앉아있었다. 현재 연수원에는 5급 승진과정과 3개 장기과정 등 공무원 37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연수원 측은 교육생들에 가급적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 교육에 집중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본관 대강당과 바로 옆 부속 건물에는 사고 공무원의 가족을 위한 대기실과 휴게실, 숙소가 꾸려졌지만, 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게실과 대기실 마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된 음료수와 생수 등은 개봉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사고 공무원의 가족들은 현장 확인을 위해 이날 아침 중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자체에서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파견된 공무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의 사고대책수습본부가 꾸려진 전북 지방행정연수원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다른 교육과정을 진행 중인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통해 조심스럽게 사고 경위나 봉변을 당한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교환했다.


연수원의 여성리더교육과정을 받고 있는 전북도청의 한 공무원 이모씨(42)는 "사고를 당하신 분들을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 하지만, 다들 많이 놀라고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다들 얼이 빠진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연수원 측은 연수원 내부에 사고를 당한 유족들을 위한 합동 분향소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도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다른 연수원 관계자는 "상황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비상 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중상자들 중에서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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