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박근혜당' 한계에 직면한 새누리당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5.07.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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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50주년 및 7천억불 수주 달성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2015.6.25/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50주년 및 7천억불 수주 달성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2015.6.25/뉴스1


"여야 통틀어 분당해서 가장 파괴력이 큰 케이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을 만드는 경우일 겁니다. 아직도 부산에 가면 어르신들은 연신 근혜 '잘 부탁한다' '잘 챙겨달라'고 합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기자와 같이 만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30% 안팎의 절대적인 지지층이 받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당 내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또 그 이후에도 이런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이런 견고한 지지층과 당 내 영향력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다. 박 대통령의 요구가 옳고 그름을 떠나 '탈당' '분당'까지 불사하고 끝까지 밀어부치면 당으로선 거부하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핵심 친박(친 박근혜)계가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분당해서 당을 만든다면 따라 나가겠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근혜 신당'의 위력은 이미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접 참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인사들이 '친박연대'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총 26명이 당선이 됐다.



박 대통령이 빠진 새누리당의 선거 경쟁력도 고민거리다. 김무성 대표가 여권 차기 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중성이나 지지층의 견고함 있어 아직은 박 대통령에 견주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가 당 내는 장악했을지 모르지만 선거에 돌입했을 때 후보들이 믿고 의지할 구심점으로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박 대통령과 등을 진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상황은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 한마디에 바꾸는 건 말이 안된다"고 부당성을 말하면서도,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순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인 셈이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거부권 논란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대선을 새누리당이 이긴게 아니고 박 대통령이 이긴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박근혜당'으로 남을 수 만은 없다는 데 새누리당의 고민이 있다.
이번처럼 행정부와 입장차이가 있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당이나 국회의원들이라면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박근혜'라는 브랜드로 무조건 당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의원들의 경우 당이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원내지도부다.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1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자기와 같은 생각만 존재하고 다른 생각은 나가라고 하는 것은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 사당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은 '사당화'의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당청 관계가 복원되지 않을 경우엔 결국 결단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는 의원들이 많다. 예상을 뒤엎고 유 원내대표가 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면 '박근혜당'이 아닌 당의 경쟁력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실험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새누리당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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