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계기로 감염병, 전쟁준비 수준으로 대비해야"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5.07.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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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한-WHO 메르스평가단장…음압병실 확대, 감염병미디어센터 설치 등 제안

"메르스 계기로 감염병, 전쟁준비 수준으로 대비해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비 업무를 단순 유행 대책 수준을 넘어 전쟁 준비 수준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세계 여러 나라는 감염병을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 CDC(질병관리본부) 역할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구 한국-WHO(세계보건기구)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은 1일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된 한림원탁토론회에서 "감염병을 단순유행대책에서 전쟁 준비 수준으로 격상해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치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감염병 안보 전쟁 수행을 위해 예방과 준비, 조기발견, 신속대응, 피해경감, 사회회복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해관 성균관대의대 교수는 "평소 군대 양성의 근거는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는 한국 보건의료체계 취약성을 관통한 사건으로 감염병 유행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무시하고 평소 투자와 대비에 소홀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근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감염병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0년 신감염병예방법을 만들 때 에볼라를 대응수위가 높은 1군으로 정하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병원을 지정했고, 2003년 사스를 경험한 중국은 위기대응 특별법 체계를 만들었다.

이 단장은 "중국은 각 성에 CD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인력만 20만 명 정도"라며 "바이러스 분리 동정과 유전체 분석을 하는 등 세계적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강원 국군수도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메르스 초동대처 실패의 핵심은 초기 역학 조사의 미진함을 지적할 수 밖 에 없다"며 "감염병에 대비한 전문 인력 부족과 시스템 결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재난적 질병시설 설치를 기피하고 역학조사 요원도 부족하며 의료기관의 감염예방조치가 미흡한 상태다. 2009~2010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200억원을 들여 시설 지원을 했지만 병원 당 1~2개의 음압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 단장은 "에볼라 등 WHO 감시대상 감염병은 1군으로 지정해 격리, 추적, 업무종사제한, 폐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 질환을 관리하는 병원을 지정하고 전 병상의 2.5%는 음압병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인구 만 명당 1개의 열성질환진료소, 격리소 지정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음압병실 설치 △전국 실험실망 구축 △종합병원 이상 입원 환자 중증폐렴 전수감시 △감염병 컨트롤 타워 구축 △위기소통을 위한 감염병 미디어센터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감염병 피해 이후 사회건강성복원과 복귀 프로그램이 중요한 데 이는 시군구의 역할"이라며 "감염 원인을 제공한 사람과 가족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피해 입은 사람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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