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 국회법, 새정치 '재의' 고집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지영호 김성휘 기자 2015.06.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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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당-청 동시 압박, 원내 '제도개선' 돌파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5.6.28/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5.6.28/뉴스1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재의하지 않는 것으로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재의 표결을 고집하고 있다.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표결을 고집하는 이유는 갈라진 당청 관계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어서다.

표결에 임할 경우 어떤 결과로든 이탈표를 부각시킬 수 있고 박 대통령의 신뢰도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표결 가능성은 낮다.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깊은 사과'를 한 마당에 친이계(친 이명박계)가 드러내놓고 유 원내대표의 손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은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삼았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정국에서 양 측을 싸잡아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에는 자신들이 통과시킨 국회법을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견해를 바꾼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문 대표는 28일 분당보건소 메르스 대책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헌법인데 반성문이라니 과거로 회기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청와대에 대해서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부 무능에 대한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치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은 정쟁을 피하려 했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을 지켜달라'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통령의 정쟁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중앙당 차원에선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를 전국 각지의 현수막 등을 통해 알리기로 했다.

문 대표로선 당직 인선 등 내부이슈로 흔들리던 리더십을 회복할 기회기도 하다.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 '야당 지도자로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일부의 의구심도 해소할 수 있다.


'집안싸움'에서도 한숨 돌렸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당의 투톱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가장 강력히 반대하면서 문 대표는 6월 내내 곤혹스러웠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초강수를 던지면서 야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앞으로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은 '휴전' 모드다.

그러나 정치상황이 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거부권 행사에 맞대응으로 상임위 일정을 중단하고는 있지만 메르스 대응에 극심한 가뭄, 경제현안까지 산적한데 국회마비로 결국 법안처리가 지연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다음달이면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로 넘어온다. 상임위를 가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야당에서도 늦어도 다음달 중순께는 국회를 가동한다고 본다. 그때까지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어떻게 여론 지지를 얻고 정치적 성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한 대외 전략에다 당내 정치까지 동시에 풀어야 해 고민이 깊어졌다. 일단 여야 대립구도는 자신이 강조해온 야당다움과 선명성을 부각할 기회다.

그러나 국회의장 중재까지 받아들여 법안을 고쳤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점, 협상 파트너로 유 원내대표의 지위가 흔들리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그는 이날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유 원내대표를 '바람에 휘는 나무'로 비유하며 '뿌리깊은 나무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계기로 원점 재검토로 돌파구를 찾을 태세다.

그는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거부권 정국을 일으키게 됐던 국회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국회 입법의 매뉴얼을 바꿔버린다는 의미"라며 "시행령이 필요없게 법 하나가 책 한권이 되는 미국처럼 세세하게 입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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