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15.06.25 11:31
글자크기

현 정부들어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수용땐 많은 혼란과 갈등 예상 불보듯" 판단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권은 이에 "모든 국회일정을 중단하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당분간 이를 둘러싼 대치정국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안건으로 상정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편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현 정부들어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개정안은 국회가 사실상 정부 시행령 등의 내용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이 아닌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것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또 "이 개정안은 국가행정체계와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는 주요한 사안으로 여야의 주고받기 식이나 충분한 검토없이 서둘러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회법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의 강제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헌 소지가 남아 있는데다 국민들 사이에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돼 국회에 재의요구를 하게 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이와 관련 "국회법개정안을 보면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의 구체적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데 정부가 스스로 판단해 행정입법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상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또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직접 심사해 고치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행정입법을 심사하는 권한(사법심사권)을 법원에 주고 있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국회법개정안이 국회로 이송될 경우,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지않고 자동 폐기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지 않으면 국회법개정안은 폐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석이 과반을 넘는 160석인데다 친박계와 지도부의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재의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국회법개정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메르스 병란, 국회와 국민의 (메르스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 버렸다"며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재의 절차가 진행되기 전 까지는 모든 여야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