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하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6.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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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K C&C vs 삼성물산-제일모직, 형태는 같으나 본질은 달라

국민연금이 SK C&C (163,500원 ▲3,500 +2.19%)SK (207,000원 ▼12,000 -5.5%)의 합병비율이 SK에 불리하게 정해졌다며 합병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내기로 했다. SK는 내부지분율이 높아 국민연금의 반대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그룹은 이와 상황이 달라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SK-SK C&C 합병반대 = 국민연금은 24일 오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를 열고 SK C&C 주총에서는 '찬성'의견을 낼 예정이나, 합병대상인 SK 주총에서는 '반대'의견을 내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사 합병은 예정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SK C&C와 SK 모두 그룹 내부지분이 높아 의결권 확보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입김도 크지 않다. SK의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7.19%(337만주, 3월말)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SK그룹 내부지분은 31.87%(1496만주)에 달한다. SK는 또한 외국인 지분율도 23.1%로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제일모직 (150,000원 ▲1,600 +1.08%)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합병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내부지분이 많아 문제가 없으나,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외부주주들의 지분이 많다.

백기사로 등장한 KCC와 삼성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 '확실한' 지분은 19.79%로 관측된다. 여기에 국민연금(10.15%)이 합병에 찬성한다는 점을 전제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최소 3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지분 7.12%보다 4배 이상 큰 수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SK C&C-SK' 합병에 반대한 것처럼 삼성물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민연금 반대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난항=삼성측이 확보한 지분율은 30% 수준에서 20%선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엘리엇 등 합병 반대진영의 표가 7%에서 17% 가량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합병을 위해서는 '찬성'표가 '반대'표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최소 14% 이상의 의결권을 더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엘리엇의 편에 다른 외국인 주주들이 설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국민연금을 배제할 경우 국면이 삼성에 유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은 남은 주총기간까지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와 ISS 등을 접촉해 합병으로 탄생할 회사(뉴 삼성물산)의 성장성과 시너지,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입장이다. 뉴 삼성물산은 배당문제 등 한국 상장사들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결할 예정이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관건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의회,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단체들이 공동출자해 설립된 기관이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요 상장사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 해당 안건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리해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결정을 자문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국민연금에는 300여개 기업의 의결권의 자문해주는 것으로 관측된다.

◇SK와 삼성의 같지만 다른 상황=국민연금 입장에선 SK와 삼성의 '같지만 다른' 상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은 SK C&C를 새로운 지주회사로 만들었고, 따라서 예전에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SK를 합병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케이스는 사업 시너지보다는 합병비율에 따른 양사 주주들의 득실계산만 반영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SK에 반대의견을 낸 건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우 이와 달리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합병이라는 점이 다르다"며 "이 경우 주주들에게 어떤 결정이 보다 이익이 될 것이냐는 점에서 판단 기준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이런 기준에 무게를 둔다면 SK와 달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전직 자산운용사 임원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경우 내부 평가규정, 최근 경향 등을 종합하면 반대의견을 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역시 기업의 미래가치보다 현재의 주주가치 훼손이 있었느냐를 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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