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사준 아파트 공동명의 요구하는 며느리…이혼하면?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5.06.25 05:02
글자크기

[이혼과 돈 <4>]특유재산,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 아니나 조건따라 분할…"양육 고려"

편집자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이혼한 부부는 11만5000여쌍에 이른다. 23만명이 이른바 '돌싱'이 된 것. 이같은 통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혼 부부는 2003년 16만6000여쌍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0년 넘게 꾸준히 연간 1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제 이혼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닌 각자의 선택이 된 가운데 이혼 후 삶을 꾸리기 위한 재산분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남이 돼야 할 부부에게 재산도 더 이상 공동의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혼과 돈, 재산분할의 자격과 조건에 대해 판례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시댁 사준 아파트 공동명의 요구하는 며느리…이혼하면?


#한제하씨(가명)는 결혼 전 부모님으로부터 신혼집 마련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아놓은 돈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자신이 모은 돈 2000만원을 보태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그런데 결혼 상대방이 이 집에 공동명의를 요구하면서 한씨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부모님이 집을 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혹여나 헤어지게 되면 부모님 재산만 뺏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은 결혼 때까지 거주자금을 만들기 쉽지 않아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일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부부 한쪽이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은 분할의 대상이 될까. 사실상 부모가 '사준' 집을 이혼한다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특유재산, 원칙적으로는 분할 대상 아니지만…

재산분할에 관해 우리 법원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혼인 중 부부공동의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라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 또는 혼인 중에 취득했더라도 상속 및 증여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이라고 해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결혼 전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 마련한 집은 특유재산에 해당된다. 부부가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게 맞다.

그러나 부부의 결혼생활이 조금이라도 길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법원은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그 감소를 방지했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원이 규정하는 재산 유지 협력은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을 통한 간접적인 기여도 인정해 전업주부도 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같이 생활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규모도 커진다. 법조계에서는 결혼생활이 2년이 넘었다면 특유재산에 대한 분할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일반적인 재산분할에 비해 그 비율이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법원, 재산분할에서 양육문제를 제일 크게 고려한다"

대법원은 이처럼 특유재산과 관련해 비교적 명확하게 판례를 내놓고 있지만 일선 법원에서는 사안마다 모두 다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업계 정론이다. 실제 결혼생활이 길었음에도 특유재산으로 인정돼 분할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혜정 가사 전문 변호사는 "만일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법원은 양육 문제를 가장 중요시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최대한 부부가 이혼하기 전과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양육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재산분할의 편의를 봐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도 "특유재산 분할에서도 아이의 육아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들어가 판례대로 결론이 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는 "각각의 사정이 달라 법관이 판례대로만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 가사사건"이라며 "한씨의 특유재산도 결혼기간과 자녀의 유무 등 조건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