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모은 내 재산, 이혼할 때 나눠야 한다고?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5.06.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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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과 돈 <3>]"결혼 전 얻은 재산도 배우자가 유지·감소 방지에 기여했다면 분할해야"

편집자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이혼한 부부는 11만5000여쌍에 이른다. 23만명이 이른바 '돌싱'이 된 것. 이같은 통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혼 부부는 2003년 16만6000여쌍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0년 넘게 꾸준히 연간 1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제 이혼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닌 각자의 선택이 된 가운데 이혼 후 삶을 꾸리기 위한 재산분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남이 돼야 할 부부에게 재산도 더 이상 공동의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혼과 돈, 재산분할의 자격과 조건에 대해 판례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사진=픽사베이(pixabay.com)/사진=픽사베이(pixabay.com)


#1. 10여년간 주말부부 생활을 한 권태혁씨(가명·남)와 황신애씨(가명·여)는 지난 4월 이혼했다. 황씨는 남편 권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남편은 오히려 부인의 낭비가 이혼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혼을 요구하면서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권씨는 결혼 전부터 보유한 재산은 분할해 줄 수 없다고 맞섰고 결국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권씨가 보유한 자산 5억4000여만원 중 30%인 1억6400만원을 황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권씨는 "자신의 재산은 결혼 전 아버지가 물려준 땅이 전부"라며 억울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 김대원씨(가명·남)와 이지민씨(가명·여)는 결혼 후 김씨의 누나로부터 음식점을 사들여 함께 운영했다. 매수 대금은 모두 부인 이씨가 치렀고 음식점 경영도 이씨가 주도적으로 해 왔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 소송을 벌였고 남편 김씨는 이씨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김씨에게 2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부부가 이혼할 때 결혼 전에 보유했던 재산도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배우자가 상대방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막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면 결혼 전 보유 재산도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권씨와 황씨가 이혼 소송을 벌일 당시 남편 권씨는 자신이 보유한 토지가 자신의 명의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직접 관리하고 권씨의 형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부 일방의 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해다고 인정되는 경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부인 황씨가 가사, 육아 등을 맡아 했고 불규칙하긴 했지만 돈을 벌어 부부 공동의 생활 비용을 대는 등 직·간접적으로 권씨 소유 토지의 유지에 협력했다는 설명이다.



김씨와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인 이씨는 결혼 전 모아둔 돈으로 남편 김씨의 누나로부터 음식점을 매수해 경영했다. 이혼 과정에서 이씨는 "남편이 음식점 운영에 도움을 주지 않고 재산 형성에 전혀 기여가 없다"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의 누나가 잔금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는 등 경제적으로 편의를 봐준 점, 남편 김씨가 홍보 등 음식점 운영에 기여를 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음식점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혼인 기간이 오래 지속되고 부부 사이에 해야 할 의무를 정당히 다 했다면 혼인 전 취득한 재산도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부부가 함께 살면서 통상적으로 부인이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등의 일만 하고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 못했더라도 재산 유지와 감소 방지에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돼 남편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인 기간이 1년 내외로 짧다거나 배우자의 기여도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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