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액셀러레이터 "韓 창업가들 이벤트 다니느라…"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5.06.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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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스트 아모스 아브너 파트너 인터뷰

(왼쪽)아모스 아브너 스타트업이스트 파트너, 에얄 빅터 마모 KSP 변호사/사진=KSP 제공(왼쪽)아모스 아브너 스타트업이스트 파트너, 에얄 빅터 마모 KSP 변호사/사진=KSP 제공


"일부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는 CEO 타이틀에 목매느라 사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창업 성공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타트업 육성 기관(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이스트(StartupEast)의 아모스 아브너(Amos Avner) 파트너는 한국 창업가들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스타트업이스트는 2013년 설립된 기관으로 이스라엘과 아시아 스타트업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브너 파트너는 한국 창업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팀원이 너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 창업가는 미팅이나 이벤트를 다니느라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팀원을 고용해 자금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스라엘 창업가의 경우 개발부터 마케팅 등 모든 역할을 다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서비스나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초기기업인데도 팀원 5명이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대로 이스라엘은 보통 2~4명으로 팀원이 꾸려지는데도 서비스·제품이 완성돼 있는 스타트업이 한국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액셀러레이터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KSP)의 에얄 빅터 마모 변호사도 "초기 2년까지 스타트업 창업가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CEO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코딩을 할 줄 몰라 배워서 초기 개발을 직접 담당했다는 것이다.

아모스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이 실행력에서 다소 뒤쳐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출신이 아닌 창업자의 경우 일을 맡긴 개발자가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사업 전체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맡는 게 보통이다. 그는 "창업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라도 기본적인 코딩은 물론 마케팅 등 전체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며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역할을 바꿔 사업을 수행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빠른 실행력은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빠른 실행력이 부족하다보니 시장 진출도 더딘 경우가 많다. 똑같이 2년 미만 초기기업인데도 이스라엘은 서비스 개발을 모두 마쳐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매할 준비가 돼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제품·서비스가 나오지 않아 고객과의 미팅이 아이디어 발표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KSP와 스타트업이스트 공동주최로 열린 한-이스라엘 스타트업 네트워킹 자리인 '매쉬업 이벤트'에서 이스라엘 2개 기업은 서비스가 완성돼 있어 시연이 가능했지만 한국 4팀은 모두 미완성 단계였다.

마모 변호사는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나가야 고객의 반응을 파악하고 피드백에 따라 제품·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데 한국 스타트업은 개발에만 너무 집중하는 탓에 다소 더딘 점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스트는 이스라엘과 한국 모두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극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역시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시작은 잘 하지만 단기간 내에 인수·합병 등으로 엑시트하는 등 기업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어 "반대로 한국은 좋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 서로 교류하면 장·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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