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메르스 잠복기, 중동과는 다르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5.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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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잠복기]최장 잠복기 14일 넘어선 사례 2건…중동도 '예외적' 사례는 있어

편집자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바이러스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에서 처음 발견돼 세상에 알려진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 메르스 확진환자는 1200여명 정도다. 이 때문에 메르스바이러스의 잠복기, 사망률, 전파경로 등의 특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게다가 중동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발병한 사례도 적다. 과학적인 검증데이터가 많지 않다보니 메르스 전파를 막을 방어책도 부족하다. 메르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보 부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초기 방역에 실패한 데는 방역정책의 기초가 됐던 메르스 연구결과와 다르게 전파가 진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중동과 한국과 메르스의 발생 양상이 어떻게 달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최선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경로, 잠복기간, 사망률 등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3대 쟁점이 중동과 한국에서 어떻게 달랐는지 비교해 봤다.

권준욱(사진 좌측)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과 16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공용브리핑실에서 메르스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br>
권준욱(사진 좌측)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과 16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공용브리핑실에서 메르스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한국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중동발 메르스의 14일 보다 길수 있다는 사례가 확인돼 주목된다.

국내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14일보다 길 경우 보건당국은 방역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당국이 메르스 격리자와 상황 종료 병원을 분류하는 기준을 중동 사례를 참고해 14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잠복기가 중동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우려는 최근 발생한 2명의 확진자 잠복기가 14일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14일 확진판정을 받은 146번 환자(55·남)의 메르스 증상 발현 시점은 지난 13일. 이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지난달 27일로 추정된다. 따라서 146번 환자는 감염 이후 17일간 증상이 없는 채로 메르스 잠복기에 있었던 셈이다.

15일 확진된 154번 환자(52·남) 역시 잠복기가 17일에 달했다. 이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도 지난 13일. 감염 시점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지난 달 27일로 같다. 보건당국은 정확한 감염시점 파악을 위해 154번 환자에 대한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 메르스 잠복기가 중동과 다르다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중동 메르스 잠복기에도 '예외적'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무딘 주믈라 영국 런던대 교수는 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서 메르스 잠복기간을 95% 신뢰구간에서 1.9~14.7일로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중동에서도 95% 신뢰구간 밖에서는 14.7일을 넘어선 잠복기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병원 발생'이라는 논문에서도 예외적인 잠복기 사례가 언급됐다.

아직까지 국내 메르스 잠복기는 이 같은 연구 사례 범위 안에 있다. 146, 154번 환자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152명 확진자들이 중동 사례와 마찬가지로 감염 후 2~14일 사이에 발열과 기침, 재채기 등의 메르스 증상을 보였다. 전체 1.2%에서만 잠복기 예외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메르스기획총괄반장은 "최장 잠복기 14일은 평균적 분포를 모두 고려해 설정한 것"이라며 "14일을 최대 잠복기로 봐서 메르스를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최장 잠복기 14일'을 메르스 대응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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