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서 고농도 희열을 찾다

머니투데이 칸(프랑스)=김고금평 기자 2015.06.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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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뎀 2015]②고래야…“음악 감상보다 쇼를 위한 무대로”

편집자주 지난 5~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미뎀 2015’는 한국 뮤지션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K팝’하면 댄스 위주의 아이돌그룹만 떠올리던 기존의 한계적 이미지를 씻고 무한 확장 가능성의 아티스트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회였기 때문. 이는 한국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는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자 내면의 깊이를 더듬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참여 4팀은 모두 실험성을 겸비해 ‘새로운 것’ ‘실험적인 것’ ‘내공이 쌓인 것’을 좋아하는 유럽인의 기호까지 충족시켰다. 6일 ‘K팝 나이트 아웃’ 무대가 끝난 뒤 짧은 인터뷰로 그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단순함에서 고농도 희열을 찾다


얄팍한 시도인가, 단순함이 낳은 몰입의 미학인가. ‘K팝 나이트 아웃’에서 가장 열렬한 환호를 받은 팀이 퓨전 국악밴드 고래야다. 연주도 연주지만,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관객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힘은 고래야의 또 다른 특기다.

퍼커션 주자가 두 명이나 되지만, 이들의 리듬은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화려한 기교가 나올 법한데도, 절대 ‘오버’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일정한 속도와 세기로 계속 두드려 댈 뿐이다.



“1년 전부터 진지함을 버리고 가벼움을 추구하는 미학을 알게 됐어요. 가벼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있다고 할까요? 우리 밴드가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단순한 반복에서 오는 희열을 강조한 민속음악의 특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 한국 정서의 솔(Soul)을 잃지 않되, 단순하게 전달하자는 겁니다.”

단순함에서 고농도 희열을 찾다
고래야가 처음부터 ‘단순함’으로 일관한 건 아니다. 지난 2012년 벨기에 첫 유럽 공연에서 이들은 이것저것 다 해보는 기존의 콘셉트를 유지했었다. 그러다보니 무대는 진지한 판소리 공연이 됐고, 관객들도 결국 이들의 무대를 명상음악처럼 인식했다.



그렇게 해답이 없는 공연을 계속하다, 지난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유럽 관객들이 좋아하는 무대는 음악 감상이 아니라 쇼라는 사실이었다.

“자세히 보니, 유럽에선 스탠딩 코미디 형식의 음악 공연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국악 그룹이지만, 힙합 같은 요소를 넣어 국악 장단에 맞춰 부르는 등 힘을 많이 빼는 작업에 전념했죠. 쇼라는 인식이 생기면 국악이든 퓨전이든 그런 경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고래야는 “해외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인정받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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