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엔 돈이 든다는 것 인정하는 게 불법 정치자금 해결법"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5.06.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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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 정개특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채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당,정치자금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5.6.4/사진=뉴스1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채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당,정치자금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5.6.4/사진=뉴스1


정치를 하는 데엔 현실적으로 돈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치자금법을 실제 상황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4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지구당의 부활, 지역정당의 설립을 위한 정당설립 기준의 완화,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문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배분 현황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치자금이 공급되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선하되,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국회는 2004년 정치개혁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구당을 폐지했다. 그러나 폐지 1년 만에 당원협의회 설치를 허용하는 등 선거구 단위조직의 현실적 필요성이 거듭 제기돼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선거법은 이상이 너무 강하고 현실적 부분은 잘 반영이 안돼 있다"며 "정치에는 돈이 든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돈이 든다면 그 돈을 모금하고 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대폭적으로 많이 허용하되 그 출처에 관한 부분은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잘못된, 비현실적 정치자금제도에 따라 정당·국회·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서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정치자금법 현실화를 통해 국정운영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개정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구당의 부활 필요성을 제기하며 임의조직으로 구·시·군(또는 국회의원지역구)단위로 '구·시·군당'을 두고 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차피 모든 정치자금과 관련해선 선관위에 신고해서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데,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선) 선관위가 전속 고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관위의 조사권한이 동시에 강화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편법적 정치자금의 통로로 지목돼 왔던 출판기념회와 관련, 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출판기념회의 수입·지출 내역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거나 이를 정치자금법의 테두리 내로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채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당,정치자금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5.6.4/사진=뉴스1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채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당,정치자금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5.6.4/사진=뉴스1
또 정당의 설립요건을 완화해 지역정당의 출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일치했다.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현재 정당을 설립하려면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시도 이상의 지역에 각각 1000명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선거구당 1인을 선출하는 방식"이라며 "지역단위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체제에서는 지역단위의 조직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지역현안에 대해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정당을) 소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당법이 시민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한시적으로나마 지역정당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가 더 심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조 교수는 "현재 영·호남 '지역주의'와 지역정당의 '지역'은 좀 다른 개념"이라며 "지역으로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험할 수 있는 기제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지역주의는 훨씬 더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환경에서는 지역정당 설립이 지역주의를 심화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외국의 경우 연방국가나 영토가 넓으면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이 국가의 목표인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주의 더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 있어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법과 관련, 정치 참여의 자유 측면에서 단체의 기부 행위도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부 단체와 기부 액수, 기부받은 정치인·정당의 기부 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에 대해선 이전 선거에서의 득표율이나 의석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국고보조금을 당비 등 다른 정치자금과 별도 계좌로 관리하고, 지출내역에 대한 공개와 회계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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