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 여야 '행정입법' 격돌 예고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5.06.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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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여 "청년고용절벽 해소 위해 시급" vs 야 "근로기준법 위반…노사 자율 맡겨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기권 장관 등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있다./사진=뉴스1제공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기권 장관 등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여야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6월 임시국회에서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청년고용 절벽 해결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이 시급하단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맞선다.

4일 새누리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일단락지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6월 임시국회 이후 최우선 추진 과제로 꼽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지도부 차원에서 어떤 입장을 정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앞으로 있을 국회에서 노동관련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대비해 달라"고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환노위원들은 같은 날 고용노동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동자 측의 동의가 없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부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드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당정이 생각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노사간 합의정신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노사가 충분히 협의를 했음을 전제로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취업규칙 변경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건은 형평성이다. 기존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과 비교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삭감률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당정은 청년고용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2016년 시행 예정인 '정년 60세 연장'에 따라 기업들이 청년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수반돼야한다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환노위원들은 성명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임금피크제 도입 강행 방침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 및 사회의 책임을 강조한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재계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참 나쁜 정부'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여야는 지난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정년 60세 연장법)'을 개정하며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에도 합의했다. 임금체계 개편에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조정이 포함된다.

새정치연합은 노사간 협의를 통해서만 임금피크제가 도입돼야한단 입장이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약 10%인 만큼, 나머지 사업장들도 개별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지, 정부가 나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마련하려는 가이드라인이 근로기준법과 상충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측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는 경우, 근로자측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보완하는 것일 뿐, 새로운 행정입법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다"며 "그간의 판례나 2013년 개정된 '고령자 고용촉진법' 등을 근거로 해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환노위 여당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지방노동관서가 (사측이 제출한 변경 취업규칙을) 검토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지 내부지침을 대법원 판례에 맞춰 만들겠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들의 업무준칙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행정입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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