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식 실패기...후배가 알려준 '좋은 주식'이 부도

NH투자증권 장득수 PB 2015.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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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유혹]과거형, 현재형, 미래형 주식 고르는 법

편집자주 위험과 기회가 소용돌이치는 파고 속에서 투기와 투자만 구분할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 된다. 투기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고 증시에서 살아 남는 지혜와 지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IMF 당시였다. 여의도에서 점심 먹고 돌아 오는 길에 몇 년 만에 아주 우연히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후배를 만났다. 평소 성실하고 주식 잘하기로 소문난 친구였다.

사무실로 들어와 차나 한 잔 하던 중 화제는 자연스레 주식 얘기로 넘어갔다. 뭐 좋은 종목 없냐고 묻자 그 친구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진짜 숨겨둔 보석 같은 종목을 형님께만 특별히 알려 준다며 얘기를 꺼냈다. 솔깃했고, 그 친구가 돌아간 후 큰 고민 없이 질렀다(이럴 때는 산다고 안하고 전문용어로 '지른다'고 말한다).



이후 며칠 반짝 오르더니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계속 물타기를 했지만 불행하게도 추락하는 것이 날개도 없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부도였다. 그 회사가 바로크라는 가구 만드는 회사였다. 아픈 만큼 배웠고, 이후 같은 실수는 안하려고 노력했다.

좋은 주식이란 무엇일까? 먼저 좋은 회사(Good company)와 좋은 주식(Good stock)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좋은 회사는 미래 비전도 있고 직원들에게 잘해주고, 돈도 잘 버는 소위 말하는 우량 기업이다.



반면 좋은 주식은 그 회사가 우량 기업이건 혹은 적자가 나는 비우량 기업이건 관계없이 기업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 즉 가치(Value)에 비해 가격(Price)이 낮은 것이 좋은 주식이다.

언론에 전문가란 사람들이 나와서 늘 우량주를 사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로벌 우량 기업을 매수하라는 것이지 좋은 주식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암만 좋은 회사라고 해도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으면 좋은 회사일지는 몰라도 좋은 주식은 아니다.

그런데 주가는 매일 쉽게 알 수 있는데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주식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요령은 사람의 가치를 보는 요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세가지로 사람의 가치를 본다.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


먼저 과거형. 그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서 공부는 어떻게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는 것으로 안정성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과거 성실히 살고,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사람을 흥분시키는 매력은 없지만 최소한 사고 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믿는다.

현재형은 당장의 수익성이다. 비록 과거 사고도 치고 좀 놀기는 했어도 현재는 마음 잡고 돈도 잘 벌고, 착하게 살고, 거기에 예쁘기까지 하면 과거는 문제될 것이 없다.

미래형은 성장성이다. 비록 과거 좋은 학교 못나오고, 지금 가난하게 살아도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잠재력과 미래 성장성을 믿고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도 사람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형, 즉 안정성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는 투자가 소위 가치투자다. 회사의 과거 역사에 초점을 맞추어 재무 안정성과 경영자의 수십 년 이어진 경영철학 등을 보면 투자에 크게 실패할 위험은 없고, 배당도 후한 편이다. 경기가 안좋고, 주식 시장이 재미없을 때 좀 지루하지만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다.

현재를 보는 것은 수익성을 보는 것으로 지금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 지를 보거나, 매수 세력의 힘 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탐방 열심히 다니며 좋은 기업 고르는 것이라던가, 특정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고 투자하는 것, 외국인들이 지금 현재 꾸준히 사는 종목을 따라 사는 것 등이 현재를 보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익사이팅하고 주가 움직임이 빨라 재미는 있지만 주가가 이미 우리가 보는 것보다 먼저 반영되어 올라간 경우가 많아 뒷북을 치기 쉽다.

미래를 보고 하는 투자는 진정한 남자(?)들의 투자로 성장주 투자라고 한다. 늘 투자는 미래의 가치를 보고 하라고 하지만 막상 하려면 쉽지 않다. 당장 코 앞의 현실도 알기 어려운 판에 길게 보고 하는 투자는 어렵다.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세상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70년대 건설주, 80년대 금융주, 90년대 이동통신, 2000년대 금 투자 하듯이 긴 시간과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주식들은 현재 이익이 거의 나지 않아 PER이 매우 높고, 재무구조도 열악하다. 성공할 확률도 높지 않다. 하지만 성공하면 그간 잃었던 것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 너무 빨리 기차에 올라탔다가 잠시 우동 한 그릇 먹으려고 내리는 순간 기차는 바로 떠난다. 몇 년 전 안철수 관련주, 현재 미국에서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테슬러 자동차나, Facebook, 제약주 등이 이런 미래 지향적 투자에 속한다.

처음부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취향이 어떤지, 내가 안정성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한 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맞는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내 취향과 내가 사고자 하는 주식이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알고 대응하는 것이 좋은 주식 고르는 첫번째 방법이다.

로마황제 시저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 밖에는 보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여기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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