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7년만에 모습 드러낸 리먼 전CEO의 황당한 핑계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05.2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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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7년만에 모습 드러낸 리먼 전CEO의 황당한 핑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가항력적인 퍼펙트 스톰 때문이지 리먼 브라더스 때문이 아니다. 리먼은 완전히 파산한 것이 아니다”

158년 리먼 브라더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리차드 풀드 전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그는 28일(현지시간) 약 7년 만에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공개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풀드 전 CEO는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주택담보인정 비율을 더 낮추도록 한 정부 당국자와 마치 집을 현금인출기로 생각한 집주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의 80%를 대출 받았던 대출자가 만기연장시 담보인정비율이 70%로 낮아지면 차액 10%는 상환해야 한다. 집값이 하락했을 경우 대출자가 한꺼번에 갚아야할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되고 이 때문에 연쇄 파산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에 마구잡이식 대출과 막대한 규모의 파생상품을 판매했던 것에 대한 반성은 없는 셈이다.



그는 또 “(금융위기는)한 가지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서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풀드 전 CEO는 “리먼의 리스크 관리가 어떠했는지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와 관계없이 우리는 2만7000명의 리스크 관리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리먼이 파산했다는 지적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그는 또 리먼이 2008년 9월에 파산한 것이 아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 당시 280억달러의 자본금이 있었고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도 1270억달러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리먼은 파산을 강요받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 결과는 당시 리먼은 지급불능상태였고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리먼 파산 보고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재 풀드 전 CEO는 소규모 자문회사인 매트릭스 어드바이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12곳의 회사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고 이들 회사 규모는 약 2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그는 강연료를 할렘 지역 어린이들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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