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특활비 '성역' 깨지나

머니투데이 김성휘 황보람 지영호 진상현 박소연 김태은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5.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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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예산축소·투명성강화…국회, '특수활동비' 수술 착수

유승민-이종걸 여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5.12/뉴스1유승민-이종걸 여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5.12/뉴스1


국회의원이 급여나 수당 외 직책에 따라 받는 특수활동비, 이른바 직책비의 사적 사용이 따가운 질타를 받으면서 여야와 국회가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여야는 우선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규정을 강화하거나 올해 84억원인 국회 특활비의 규모를 내년엔 더 줄이는 방안을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모든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 사용까지 개선 대상으로 보고 있어 파장이 국회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이자 운영위원장으로서 결코 피해가지 않겠다"며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 면담에서 국회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국회의장께서 중심이 돼서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면 여야가 협력해서 따르겠고, 국회 운영위원회가 할 일이 있다면 제가 앞장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앞서 20일 "(특수활동비가) 현재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감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당에 제도개선대책단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국회사무처는 정의화 국회의장 지시로 대책안 검토에 착수했다. 사무처는 여야 합의로 방향을 정해야 사무처가 구체적 후속조치를 할 수 있을 거란 입장이다.

특수활동비는 국회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 배정된다. 국회에선 국회의장단, 여야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수령자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은 특수활동비를 현금 지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기록은 남기되 예외적으로 이를 생략해도 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지출증빙 등 내역 확인을 하지않는 게 일반적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 운영위원장 때 받은 것을 모아 정치자금으로 썼다거나,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때 받은 돈을 자녀 유학비로 쓴 것도 이 때문에 엄밀히 '불법'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직책에 맞는 공적 활동에 쓰라고 준 국민의 세금을 사적 용도로 썼다는 점에서 국민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대책은 크게 두 방향이다. 우선 투명성 강화다. 특수활동비라도 규정을 까다롭게 해 지출내역을 남기도록 할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카드 사용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대표에게도 (특수)활동비가 전혀 없고 (경비를) 카드로 사용하는데 전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철저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를 영수증 첨부가 꼭 필요한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로 전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는 특수활동비 예산 축소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관련법 개정이나 입법이 필요없는 규칙안 제정·강화, 예산심사시 특수활동비 삭감 등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국회가 최근 특수활동비를 줄여왔다는 점에서 예년보다 큰 폭으로 특수활동비를 깎는 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회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2011년 89억원에서 해마다 감소, 올해는 84억원 수준이다.

특수활동비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란 게 여야 공통 인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지금 8000억원 이상의 특수활동비를 사용 중이고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 검찰, 국방부 등 모든 부처가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도 노력하겠지만 기재부와 감사원도 제도개선책에 같이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내년도) 예산심사에 정부 특수활동비를 중점 심사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규칙을 다루는 국회운영위원회를 넘어 내년도 예산심사 전반에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화 의장도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증진방안 마련을 국회사무처에 지시했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정 의장은 "공금이자 국정수행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이다. 정 의장 측은 "다만 고도의 정치활동과 의원외교 등 특수한 의정활동 경비라는 걸 감안하면 사용주체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개선과 동시에 국회의원의 윤리적 책임과 공직관 확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붙은 '특수활동비', 국회 대기중인 법안은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원내 대책비' 발언이 '특수활동비' 개선 목소리로 이어지면서 관련 법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사용을 투명화하는 법안과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받는 국가정보원에 대해 예비비 지급을 금지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 및 국회의 특수활동비 관련 법안으로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안'과 '예산회계에관한특례법 폐지법안'(국정원 특례폐지법)이 계류중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관인 '윤리실천특별법안'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지난해 2월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의원 125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의 제13조 '국회의원 활동비용 공개' 조항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서는 의원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받은 비용의 사용내역을 국회의장에게 항목별로 제출하고 의장은 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 세비 심사위원회의 설치' 조항도 담겨있다. 이에 따라 법안이 논의될 경우 국회의원 세비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지게 된다.

법안은 아직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지만 법안을 발의한 이 원내대표가 빠른 처리 의지를 밝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운영위에 계류돼 있는 윤리실천법을 빠른 시일 안에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특수활동비 비중이 가장 큰 국정원을 견제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128명은 2013년 8월 '예산회계에관한특례법 폐지법률안'을 공동발의해 국정원이 기재부로부터 매년 받고 있는 4000억원대 예비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예산은 총규모가 공개되는 국정원 소관 본예산 외에도 '예산회계에관한특례법'에 따라 총규모가 공개되지 않는 기획재정부 소관 예비비도 배정받고 있다. 예비비와는 별개로 국정원은 매년 5000억원 상당 특수활동비도 배정받는다. 2015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총 4782억3600만원으로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야당에서는 이미 큰 몫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고 있는 국정원이 기재부의 예비비를 '이중지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사용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측은 예비비 없이 국정원 예산의 총규모를 공개할 경우 정보기관의 조직·시설·역량 등을 추정할 수 있어 국정원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의 정보기관들도 정보예산을 다른 부처에 계상하는 등 정보활동에 소요되는 비밀 정보기관의 예산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위원회는 현오석 당시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것은 여야의 정쟁의 문제를 떠난 것"이라며 "미국에 예비비 형태로 일반 경제부처에 이렇게 뭉텅이 돈, 정보예산이 그렇게 숨겨져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현 당시 부총리는 "국가별로 역사성이나 안보환경에 따라 다르다"며 "예결위에서 (국정원 예산을)보는 곳도 있고 정보위에서 갈음하는 경우 등 보안성을 강조하는 나라도 있다"고 답했다.

올해 '특활비' 8800억…국회는 80여억 보직자에 지급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올해 정부는 일명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에 8811억원을 편성했다. 영수증이 필요없는 예산이어서 사적 유용 가능성이 높은 돈이다. 국회에도 국회의장,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 국회 보직자들에게 매년 80여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지원된다.

◇국정원·국방부·경찰청…특활비 예산 89% 집중= 21일 '부처별 특수활동비 예산편성 현황'에 따르면 올해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예산은 대통령비서실 147억9200만원 등 19개 부처에서 8810억61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8672억600만원보다 138억5500원 증가한 금액이다.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쓰는 곳은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은 올해 4782억원을 특수활동비로 편성했다. 국가 전체 특수활동비의 55%가 넘는 돈이 국정원에 몰려있다. 국방부(1794억원)와 경찰청(1264억원)을 합치면 89%에 이른다.

4년 새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2011년 9억5400만원에서 2015년 54억4900만원으로 5.7배가 늘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같은 기간 88억7900만원에서 84억4100만원으로 4억3800만원 줄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제외됐다가 올해부터 3억원이 편성됐다.

부처 통합 특수활동비 추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 꾸준히 상승했다. 2012년 8441억7300만원이었던 특수활동비는 올해는 8810억6100만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약 161억원, 올해 139억원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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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매년 80여억…국회 보직자들에 지급= 국회 특수활동비는 연간 80여억원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그동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 보직자들의 업무가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의 목적에 부합하느냐는 '용처'에 대한 논란은 정부 부처보다 더 뜨거울 수 있다.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국회 특수활동비는 83억9800만원으로 ‘국회 보직’이 있는 국회의장과 2명의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18명, 특별위원장 10명, 국회 사무총장·도서관장·예산정책처장 등 장차관급 공무원 7명 등 39명에게 지급된다. 당 대표는 국회직이 아닌 당직이어서 별도로 비용을 받지 않는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은 매달 600만-700만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특수활동비 외에 급여성의 직책수당 성격으로 추가로 매월 214만원을 받는다.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 활동비와는 별도로 원내를 이끌어가야 하는 원내대표 업무를 위한 활동비도 받는데 이는 규모가 훨씬 크다. 많게는 월 평균 4000만원, 적게는 월평균 3000만원 안팎 정도로 언급된다. 이 돈은 원내대표가 혼자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원내수석 등 원내부대표단, 정책위 활동비로 상당 부분을 쓰고 나머지를 개인 활동비로 쓴다. 대외활동이 많은 국회의장의 경우 특수활동비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보직자들의 특수활동비는 정부 부처의 정보나 수사 업무에 준하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업무냐가 쟁점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세부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나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한다. 경비 사용 내용을 공개할 경우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 예외적으로 영수증 첨부를 면제해주는 구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특수활동비를 모두 카드 사용으로 제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용 실적이 남는 카드로 사용해도 국회 보직자들의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셈이다.

'묻지마 예산' 특수활동비, 끊이지 않는 논란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용 논란이 벌어진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 없이 경비를 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용처와 규모를 두고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21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주로 국정원, 군, 검찰, 청와대 등의 첩보활동이나 비밀수사에 사용하도록 편성된 예산이지만 영수증 첨부가 필수적이지 않아 실제 사용처나 시기 등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묻지마 예산', '눈먼 돈', '권력자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수활동비의 운용 세부 지침은 중앙관서의 장이 마련하도록 돼있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 증명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경우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영수증 없이 현금 사용이 가능하고 감사원 결산검사와 국회 자료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특수활동용 예산인 셈다.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은 국회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에서 단골소재로 등장해왔다. 특히 특수활동비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책정되는 국정원을 비롯해 예산규모가 큰 국방부, 법무부 등의 사용내역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2007년 5월10일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부산시의회 의장 등 유력인사들과 저녁식사비 등으로 600여만원을 쓰고 공식 업무추진비 한도액(400만원)을 넘는 200여만원을 특수활동비로 처리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비 처리했다.

2009년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2005~2007년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차명계좌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9년 11월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로 기자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 8개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 총장은 2년 뒤에도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간부가 참석한 워크숍에서 9800만원 특수활동비를 검찰 간부들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줘 물의를 빚었다.

2010년 9월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가 문화부 제2차관 재임 시절 13개월간 1억9000만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특수활동비가 주로 개인 유흥과 골프 접대비로 사용됐다는 제보가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2011년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2008년 재직시절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5000만원을 처남 명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불법 대선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작업에 동원된 '알바(아르바이트)'에게 월 280만원씩 11개월 동안 3080만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발의하기도 했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고 현금처리가 가능해 사용처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사적 유용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사용목적이 적합한지 판단 기준이 불분명해 형사 처벌이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특수활동비 예산편성시 오남용을 막겠다고 선언했으나 특수활동비 예산은 큰폭으로 증가해왔다. 2001년 4954억원이었던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5년 8810억6100만원으로 77%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규모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업무성격에 따라 특수활동비가 실제로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고, 사용 내역 자체가 공개가 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용처나 규모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의 흐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문화부는 2010년 한해 9000만원씩 편성해오던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로 전환해 사용내역을 공개하기로 하는 등 자정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국회 특수활동비도 이번 홍 지사와 신 의원의 특수활동비 언급을 계기로 여야 모두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경비 공개의 힘' 정권교체 부른 英' 의원지출 사건

[런치리포트]특활비 '성역' 깨지나
2009년 영국 하원의원들의 지출 남용 내역이 폭로됐다. 이 사건은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교체를 초래할 정도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동시에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에 따라 의회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이 마련되고 의원들의 세비와 수당 사용 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지호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실장은 '영국의회의 의원윤리 사건과 개혁'에서 "이 사건으로 영국 의회는 '썩은 국회(Rotten Parliament)'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의원지출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넘어 보다 확장된 정치 개혁에 대한 압력으로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 정치적 파장이 엄청났던 만큼 2010년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쳐, 1997년 이후
연이은 재집권을 누려왔던 노동당의 선거 실패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저귀부터 주택 융자금까지…충격적인 세비 남용


'의회지출 사건(Parliamentary expenses scandal)'은 작게는 생활비에서부터 크게는 재산 증식에 이르기까지 의원들의 수당 남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집을 7채 소유하고 있는 한 하원의원은 자신의 주택 융자금 지불을 위해 수년 동안 10만 파운드를 신청했다. 250파운드 이하의 비용 청구에는 영수증 발급이 필요없다는 규정을 악용해 기저귀, 유모차, 파이프 수리 등의 비용을 신청한 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직무 수행을 위해 런던 숙소 비용을 보조해주는 규정을 이용해 숙소 비용을 신청하고 이 돈으로 집을 수리해 되팔아 재산 증식에 이용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사상 최대 '물갈이' 선거

세금으로 지불되는 의원 세비와 수당을 남용한 의원들은 즉각 여론의 비난에 직면했다. 법무부장관과 내무부장관, 지방자치장관, 노동부장관, 교통부장관, 재무장관 등 내각의 총 6명의 장관이 사임했고 지출사건에 연루된 노동당 의원 7명과 보수당 의원 7명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노동당 100명, 보수당 35명, 자유당 7명의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다. 사상 최대의 물갈이가 초래된 것이다.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렸음에도 출마를 강행한 노동당 의원 5명과 보수당 의원 2명은 2010년 5월에 치러진 총선거에서 결국 낙선했다.

선거 결과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이 91석을 상실하고 보수당이 97석을 획득하면서 보수당과 자유당의 연립정부가 들어섰다.

◇독립의회윤리기관의 설립…의원 지출비용 공개


영국 의회는 의원들의 부적절한 수당 신청과 남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2009년 12월 의회, 정부,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독립의회윤리기관(IPSA; Independen Parliamentary Standard Authority)’을 설립했다.
IPSA는 의원 지출 기준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에 따라 의원 수당 지불을 책임진다. IPSA의 웹사이트는에서 지출의 신청절차, 결정 요건, 숙소 비용, 런던주재 비용, 여행 경비, 지역구 사무실 세지출, 사무실 잡비 등의 세부규정을 제시해 놓고 있으며 의원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의회 역시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의원들에게 지급된 수당 내역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고 IPSA는 모든 의원의 비용 신청 하나 하나를 웹사이트에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2012년 회기 동안 데이비드 캐머론 보수당 당수이자 영국 총리가 신청한 비용을 살펴보면 사무실 경비와 전화비, 여행 경비, 보좌진 경비 등의 항목으로 분류해 신청한 비용과 지불한 비용 내역을 기록했다.

캐머론 총리는 2011년 8월 25일 프린터 카트리지 교체에 275.8파운드를, 2012년 2월 14일 지역구 사무실의 비서가 자신의 의회 일로 사용한 핸드폰 비용의 25%를 부담하기 위해 10파운드를 지출하는 등 총 51개 항목에 5617파운드의 비용을 청구해 지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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