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4가지 비법

머니투데이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2015.05.2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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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제2형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입니다. 오랜 시간 잘못된 생활습관이 누적되면서 발현된 병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적 배경도 한몫 하지만 많은 부분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보통 생활습관이라고 하면 ‘먹는 것’과 ‘운동하는 것’으로 좁혀 생각하는데, 더 넓은 범위의 ‘생활’ 습관이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은 잠을 잡니다. 잠에 깨어 일어나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을 자기까지 우리는 마음이라는 걸 쓰고 삽니다. 이게 인간의 하루 일과입니다. 즉 우리가 하루에 하는 일은 결국 네 가지 입니다.



잠, 밥, 활동, 마음!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잘못되면 질병이 찾아오기 쉬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티 나는 병이 바로 당뇨병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뇨병은 종합적인 질환이며, 당뇨병 관리 역시 이 네 가지를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종합 예술입니다. 당뇨 환자는 이 네 가지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능숙한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1.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

잠을 설치거나 못 잔 다음 날 혈당은 높아집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잠을 설치면 다음날 혈당이 높아집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설치면 자는 동안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홀몬인 코티졸이 많이 나와 간에서 포도당을 많이 만들어 피로 분출하기 때문에 혈당이 높아집니다. 즉 시간을 잘못 안 간이 밤이 낮인 줄 알고 신체가 활동할 당을 뿌려 주어 결국 공복혈당이 높아집니다.


7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5시간 미만으로 잘 경우 당뇨 발병 위험이 높고, 기존의 당뇨 환자는 혈당이 조절이 안 될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잠은 이렇게 자야 합니다.

1) 하루7시간 정도의 수면이 적당합니다. 그 이상 자거나(9시간 이상) 이하를 자면(5시간 이하) 당뇨병. 심장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2) 되도록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보통 밤 10시 전후로 교감-부교감 신경계의 교대근무가 일어납니다. 신체가 쉬는 시간이라는 말입니다. 10시에 자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적어도 11시에는 자는 것이 좋습니다. 11시에서 3시까지는 가장 중요한 수면 시간대입니다(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올빼미족은 새벽에 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올빼미족보다는 종달새족이 일반적으로 더 많습니다).

3) 어둡고, 약간 서늘하며 조용한 곳에서 자야 합니다(다리는 따뜻해야 합니다).

2. 영양분이 풍부한 저칼로리 음식을 제 때 섭취하기

잠을 잘 때는 밥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자고 일어난 시간까지 우리는 굶어야 합니다. 약 10시간에서 12시간을 굶기 때문에 이때 우리의 몸은 기진맥진합니다. 그 사이에 간에서 당을 만들어 주어서 우리를 버티게 하지만 간은 용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배터리와 같아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그래서 아침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합니다.

아침은 대단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아침밥을 제대로 충분하게 먹어야 간이 쉬기 시작하고 온몸에 제대로 된 영양분이 돌아 하루를 온전하게 활동하게 해줍니다. 아침밥을 잘 먹으면 뇌가 제대로 활동해서 업무 능력도 높아지고 점심 때 많이 먹지 않아 비만도 예방하며 혈당도 제대로 조절됩니다.

아침을 많이, 점심은 적당하게, 저녁은 적게 먹어야 합니다. 간식으로는 껍질 있는 과일(대표적으로 사과)를 가급적 껍질째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식은 양을 줄이는 식사가 아닙니다. 물론 너무 많이 먹었다면 양을 줄여야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심하게 편식하는 습관을 두루 두루 원만하게 골고루 먹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당뇨병 식사입니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가공단계를 거치면서 소화하기 좋게 바뀌고 음식이 보유한 여러 영양소를 탈락시킵니다. 그 결과 칼로리는 높아지고 소화, 흡수는 잘되지만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부족한 음식이 됩니다. 가공식품을 안 먹을 수는 없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영양소불균형과 칼로리 과다로 인해 비만과 당뇨병을 악화시킵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빨리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후폭풍으로 저혈당이 오기도 합니다. 입과 치아도 소화기관입니다. 위장이 준비할 시간을 주세요. 천천히 잘 씹어 먹어야 합니다.

3. 부지런하게 활동하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하니 시간을 따로 내어서 운동(exercise)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활동(daily activity)입니다.

설거지, 방청소, 화장실 가기, TV끄러 가기, 출근하기, 계단 오르기, 걷기 등 일상에서 하는 모든 육체적 움직임이 활동입니다. 활동은 운동보다 효과적이고 중요합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빨리 죽습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에 근면함이 있습니다. 운동 열심히 해서 장수했다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부지런하게 뭔가를 열심히 한 사람 중에 장수한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법 중 하나입니다. 치매도 덜 옵니다.

지금부터 집안 청소를 돕고, 설거지를 하고, 지하철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걷고 엘리베이터 두 층 정도 미리 걸어가고, 밥 먹고 눕지 않는 등 부지런히 활동하세요.

활동이 중요하다고 해서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면 금상첨화겠지요.

1주일 총 운동시간이 150분 정도면 좋습니다. 다만 한번에 몰아서 하지 마세요. 일주일 내내 앉아 살다가 주말에 등산 심하게 하면 상해의 위험만 높아지고 이득은 별로 없습니다. 하루 30분 정도 이상 걷거나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세요.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아침 식후 운동이 좋지만 바빠서 못한다면 저녁 식후를 권장합니다.

4. 마음을 번잡하지 않게 잘 다루기

제 경험 상 약 60% 이상의 당뇨병 환자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당뇨병이 처음 발병합니다.그리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잘 조절되는 혈당이 엄청난 요동을 칩니다. 이럴 때는 먹는 약이 아니라 인슐린 할아버지가 와도 혈당 조절이 안 됩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불안, 분노, 걱정, 우울에 물들면 몸에서 스트레스 물질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물질들이 간에서 포도당을 많이 만들게 해서 대책 없이 혈당이 높아집니다.

이런 일은 일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차하기 힘들어서 화도 나고 조바심도 난 일반인 보호자의 혈당이 일시적으로 당뇨병 수준으로 올라간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혈당과 혈압이 뜁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마음'을 잘 다루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건 종교적인 수준의 질문입니다.

본인이 의지하고 있는 신앙을 더 돈독히 하세요.

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이 있으나 대부분 이해와 믿음과 일관성이 적어 인생의 고비를 만나면 신앙은 사라지고 온통 그 문제에 대한 세속적이고 좁은 안목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한번 돌려 이런 고비를 본인의 신앙과 인생관을 깊게 바꿀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신앙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마음도 육체처럼 꾸준히 연습해야 좋아집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인생의 고비를 만나면 그제야 거칠고 힘든 마음을 대면하고 놀라고는 합니다. 평소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다루는 법을 익히면 훨씬 좋겠지요. 비종교적으로 마음을 늘 의식하고 편안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요가와 태극권입니다.

요가와 태극권은 몸의 자각(몸의식)과 이완과 통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이완과 평정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보다 몸에도 좋고 훨씬 역동적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되고 평온해지는 몸명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명상에 빠지면 일단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습니다.이런 명상은(알아차림 혹은 MBCT라고 하는) 명상에 들면 마음이 편해지지만,문지방을 열고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진흙탕 같은 마음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매번 심리적 위기가 올 때마다 앉아 있을 수도 없습니다.다른 대안이 없다면 명상도 좋지만 몸과 마음이 함께 좋아지는 요가와 태극권을 더 권합니다.

자, 정리합니다.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성인병은 생활습관병입니다. 생활습관은 잠. 밥. 활동. 마음의 습관입니다. 이 네 가지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당뇨병도 예방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잠을 일찍 자고,충분하게, 깊게 자고
식사는 골고루, 제 때 하고 꼭꼭 씹어 천천히 즐겁게 먹고
누워 있거나 게으름 피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늘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을 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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