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분 '수습'-거취 '돌파' 투트랙 승부수

머니투데이 김성휘,하세린 기자 2015.05.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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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청래 출석정지" 초강수, 계파 두루 만나고 경제정당 박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문 대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당분간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2015.5.13/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문 대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당분간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2015.5.13/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당 분열 수습을 위해 정청래 최고위원에 정치적 책임을 물었다. 동시에 대표 취임 후 주력했던 경제정당 추진 행보를 재가동했다. 한 손에 수습봉합책, 다른 손엔 각종 악재에 정면대응이란 투트랙 승부수를 띄웠다.

문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이라며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주문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복귀를 위한 수습책의 하나다. 4.29 재보선 이후 문 대표에 대책을 요구하며 사퇴 카드를 꺼낸 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으로부터 "사퇴 안할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치는 게 문제"란 말을 듣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의 당무 복귀는 갈등 봉합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문 대표는 이날 정 최고위원에게 두 번 경고했다. 통상 대표 집무실에서 비공개 사전회의를 마친 뒤 모든 지도부가 회의실로 옮겨 오전 9시 공개회의를 갖지만 이날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만 회의실로 나오고 나머지는 집무실에 남았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 최고위원의 '자숙'을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의 최고위원 직무정지로 해석됐다. 당헌당규상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조치가 없으니 자숙이란 표현을 썼을 뿐이란 게 당 설명이었다.
문 대표는 앞서 12일 심야 최고회의를 소집, 이 같은 방안에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집무실을 나선 정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최고회의에 참석하되 정치적 발언은 덜 하겠다는 것"이라 말했다. '사실상의 직무정지'란 분석과는 다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문 대표가 격노했다. 문 대표는 회의를 모두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정 최고위원 스스로 밝힌 자숙의 내용이 미진하다"며 "다시 한번 최고위 논의 거쳐 분명히 밝히겠다. 정청래 의원의 최고위원회의 출석을 정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 징계요구가 제출된 당 윤리심판원(심판원장 강창일)에 대해선 조속한 결정을 주문했다. 앞서 '읍참마속'이란 표현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강했지만, 두번째엔 강력한 경고에 무게를 실었다.

다른 수습대책도 이어졌다. 이날 중도성향 비노그룹 격인 '민집모'(새정치민주연합 집권을 위한 모임)와 점심을 했다. 지난 11일 초재선 의원그룹 '더좋은미래'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그는 12일 4선이상 중진의원들의 모임 결과를 들었다. '을지로위원회'와 만남도 예고됐다.

문 대표는 이를 통해 당 쇄신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인재영입위원장이나 전략과 홍보 분야 책임자 등의 당직 인선이 전망된다. 안철수 의원의 역할론도 나온다. 더좋은미래 핵심 의원은 "당내 여러 세력과 화합해서 간다는 문 대표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개를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2015.5.12/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개를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2015.5.12/뉴스1
이는 당 일부에서 터져나온 대표직 사퇴나 재신임 요구를 수용하는 수순이 아니다. 오히려 대표 취임때부터 강조한 경제정당 행보를 재개하는 것으로 사퇴론을 일축했다.


문 대표는 지난 12일 민주정책연구원의 오전 경제공부에 참석했다. 마침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강연했다. 문 대표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이 프로그램 만들 때 제가 이 강의에 가능한 한 빠지지 않고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경제정당화는) 누가 우리 당 대표가 되든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내에서 분열과 갈등만 부각되는 가운데 일종의 가치 어젠다로 돌파를 시도하는 의미도 있다.

문 대표는 13일 "많은 분들 의견을 듣고 보다 깊고 보다 넓은 혁신의 길을 찾도록 하겠다"며 "멈추거나 주춤거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일부에선 "돌파라기보다 수습에 가깝다"고 설명했지만 문 대표가 난제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부딪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데는 이견이 크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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