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용 부회장, 금융권 광폭행보 '금융의 삼성전자' 노린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장시복 기자 2015.05.06 06:35
글자크기

JY, 中금융권 거물들과 집중 회동…세계최대 中공상은행 회장과 올들어 세번째 만남

[단독]이재용 부회장, 금융권 광폭행보 '금융의 삼성전자' 노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80,000원 ▼1,600 -1.96%) 부회장이 장젠칭 중국 공상은행 동사장(회장)을 오는 28일 서울서 열리는 ‘한중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 기간에 별도로 또다시 만나기로 한 것은 그만큼 '금융의 삼성전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그동안 대외적으로 IT(정보통신)·전자 경영에 무게를 둬 온 이 부회장이 '금융일류화'라는 그룹의 숙원 사업도 직접 진두지휘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JY, 금융권 거물들과 잇단 회동…그룹전반 컨트롤타워= 이 부회장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만해도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IT업계 거물들이나 전장부품 파트너인 완성차(車) 경영자들과 교류를 가져왔다.

그런데 4분기부터 기류가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외 금융권,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인사들과 회동 빈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에서의 한 행사가 그 변곡점이었다. 중국과 일본의 손해보험업계 넘버1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PICC), 도쿄해상화재보험 대표 등을 초청해 만찬을 연 것이다. 주요 귀빈을 위한 공간인 승지원이 갖는 상징성이 남달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 들어서도 이 부회장은 은행·증권·보험·카드는 물론 핀테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금융권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월 미국 '비즈니스 카운슬'에서 마스터·비씨 등 2~3개 카드회사 대표들을 잇따라 만났고, 방한한 세계 최대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과도 사업 의견을 나눴다.


일련의 만남은 오는 7월 출시예정인 '삼성페이'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6'(엣지)에 탑재된 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으로 삼성의 기존 IT 강점에 금융 시너지를 더한 '비장의 무기'다.

◇中금융권 교류 집중…'삼성페이' 진출 논의도=이후 지난 3월 중국 보아오포럼 전후로 이 부회장과 중국 내 금융권 거물들과의 교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포럼 직전 이 부회장은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국영기업 시틱(CITIC·中信)그룹 창쩐밍 동사장을 만나 증권을 비롯한 금융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시틱그룹의 증권계열사는 현지 업계에서 1위이며, 은행·보험·부동산 계열사를 둔 거대 투자그룹이다. 삼성은 공식자료까지 내며 이 협력의 의미에 대해 이례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최대 카드업체인 유니온페이(은련카드)의 거화용 회장과도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만나 삼성페이의 중국 진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공상은행의 장 동사장과 만나는 것은 보아오포럼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난 것까지 합치면 올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다. 그만큼 서로에게 있어 매우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다. 올 초에 중국에서 모바일결제사업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3월 보아오포럼에서 마주친 뒤 이번에 서울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세계 1위' 규모의 은행인 만큼 앞으로 협력 분야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中금융 넘버1들과 파트너십 통해 해외사업 확장=이로써 이 부회장은 중국 금융권의 각 분야별 넘버1 브랜드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갖게 됐다. 또 최근 1년 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4번 만나는 등 중국의 관가와도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삼성이 특히 중국 금융권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후발주자가 진출하기에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3억 인구로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 한데다 아직 서구 금융강자들의 영향력이 덜 미치고 있고 금융산업 체계가 덜 갖춰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 중국에서 기반을 닦은 뒤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장기 플랜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은 규제 산업, 네트워크 비즈니스, 슬로(Slow) 비즈니스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제조업에 비해 해외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 중국 사업에서는 1인자들 간의 소통이 중시되는데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로 이 벽을 넘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