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적인 거부 의사는 없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의 첫 단추"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나아가 향후 노동·공공·교육 개혁 추진 과정에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개편안이 근본적인 개혁이 아님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당초 여야 합의 도출 후 "명백한 월권"이라고 강력 반발했던 청와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보다 강한 어조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쉽다"라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입법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거부할 경우 오히려 '월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여야가 공무원연금 재정절감분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해 현행 40%인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합의한 데 대해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 "공무원연금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며 비판했다.
공무원연금 재정절감분 20%를 투입해봤자 턱도 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국민들이 내는 연금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반드시 먼저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 라고 했고,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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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오는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합의안만 통과시키고,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악의 경우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9월 이전에 여야가 여론 수렴을 통한 수정·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의미가 크다"면서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민 동의 없이는 국민연금 제도에 손댈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향후 개혁안 처리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