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는 지방교육자치의 핵심

머니투데이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2015.04.3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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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교육감 직선제는 지방교육자치의 핵심


지난 4월 2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1심 판결은 대단히 유감이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의 조치로 끝냈고 경찰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낸 사안에 대해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딱 하루 앞두고 전격 불구속 기소했었다. 이런 석연치 않은 정황은 단순한 선거 사안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 동안 서울교육감 선거는 과도한 감시와 편파적인 선거법 적용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게 항간의 평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2008년 이래로 당선자, 낙선자를 불문하고 사법적 탄압의 대상이 되어 왔다. 소위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에 위기의식을 느낀 세력들의 어떤 기획이 이번 사안에도 개입된 것 아닐까 하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후보에게 제기된 중요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는 후보 검증의 과정이라는 선거의 특성 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교육감 직을 상실할 수 있는 형까지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 향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는 형평성에 맞고 상식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계와 정치계 일각은 1심 판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란함에 서울교육의 기본 방향이 흔들리고 각종 정책이 표류한다면 혼란과 피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으므로, 섣부른 예단으로 정책 저항을 획책하는 움직임은 교육계 안팎에서 자제되어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 체제에서 그려졌던 서울교육 혁신의 청사진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많은 부분 유실되었던 안타까운 경험이 이번에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 추진 중인 일반학교 살리기와 특권학교 축소나 폐지 등 공교육 정상화 관련 정책들과 민주시민교육, 그리고 학교에서 모처럼 싹트는 학교혁신 운동이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기 바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등은 이번 1심 판결을 '교육감직선제'에 대한 유죄판결로 단정하고, 직선제 폐지라는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기회로 삼고 있어 유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국정원과 같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개입했던 문제 많은 '대통령 직선제'부터 폐지하자고 주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확정되지도 않은 판결을 직선제 자체와 연결해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며 국민적 합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교육감직선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착되었고 시행 과정에서 투표용지 제작 방법 등에 개선이 가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다. 교육과정이 국가 수준에서 세부적으로 규율되며 정책, 인사, 예산에 대한 권한이 교육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역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 공교육 혁신의 가능성은 지방교육자치에서 싹트고 있다. 혁신학교를 비롯해 학생인권, 학교자치, 무상급식과 같은 호평 받는 성과들은 직선제를 통해 배출된 소위 진보교육감들로부터 대부분 나오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라는 큰 흐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교육감 직선제를 필수적인 제도로 인정해야 한다. 직선제 없는 지방교육자치란 있을 수 없다. 과거 교육부가 전국을 중앙집권적으로 강력히 통제하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곤 하던 과거의 관료제 교육감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직선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대안으로 운위되는 시도지사 동반 입후보제 역시 직선제를 '정치적' 선거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꺼내놓을 카드가 아니다. 교육의 정치권 종속을 가속화해 교육의 독자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을 혁신하려면 기성 정치권의 욕망이나 의도가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시민들이 가진 교육에 대한 의견과 희망을 담아내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감직선제는 정치 선거가 아니라 민주 사회의 상식으로 존재하는 일반적인 선거의 하나로서 교육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담보한다.


무르익어가는 지방교육자치 시대의 과제는 시도교육감들의 권한을 침해하면서 지방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중앙정부를 제어할 방도를 찾는 것이며, 직선제에서 보완할 점은 선거 비용의 공적 부담을 위해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과 현직교수와 마찬가지로 현직교사의 입후보를 보장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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