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간 삼성이 보여준 분사와 합병을 통한 계열사 간 사업영역 조정, 한화그룹과 방산·화학계열사 빅딜, 활발한 해외 M&A(인수합병) 등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집토끼'는 더욱 확실히 지키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사업(산토끼)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만큼 선제적으로 자원을 집중해야할 대상이며 투자 규모도 전무후무한 수준이다. 2017년까지 투입하는 1단계 투자액만 15조6000억원으로 이미 역대 초기투자 비용 중 최대인데 추가로 10조원 이상을 더 투입한다. 중국 내 해외법인 투자금액 중 최대인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액이 70억 달러(약 7조5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유례를 찾기 힘든 투자규모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항공사진/사진제공=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양산제품이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으로 가닥을 잡은 것 또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읽힌다. D램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40.4%(시장조사업체 IHS 집계)를 차지할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2위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 등은 각각 27.4%, 24.6%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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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격차는 1년 반가량 벌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부터 20나노 D램을 양산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은 여전히 20나노를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통상 25나노에서 20나노로 발전하면 전력 소모량은 25% 낮아지지만 생산성은 30%, 속도는 20% 이상 향상돼 차원이 다른 제품이 된다.
2017년 이후 평택공장에서 양산할 D램은 10나노대 제품이 될 예정이다. 추가 투자에 따라 생산 라인도 적어도 2개를 갖춘다. 기술과 물량으로 시장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공급과잉이 가격하락을 불러올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유하면 사정이 다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급이 빡빡해 가격차이가 크지 않지만 물량이 넘치게 되면 최신 기술 제품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양산제품은 시황에 따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같이 생산하는 등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