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인정한 '산업용 벨벳' 만드는 그 회사는?

테크 M 임혜지 인턴기자 2015.04.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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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벨벳, 산업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지원 통해 LCD 핵심소재 '러빙포' 개발 성공

국내 의상용 벨벳 시장을 선도하던 영도벨벳은 2006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산업용 벨벳 ‘러빙포(Rubbing Cloth)’ 개발에 나선 것이다. 러빙포는 LCD 패널 러빙(Rubbing) 공정에 사용된다. 러빙은 LCD 패널의 액정 분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시켜주는 공정으로, 러빙포가 좋을수록 액정 분자들이 고르게 배열된다. 디스플레이의 명암비나 선명도가 좋아지기 때문에 러빙포는 LCD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당시 러빙포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좋은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러빙포의 수정과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했지만 콧대 높은 일본 업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은 ‘별따기’였다.



영도벨벳이 과감하게 국산화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국내에는 러빙포 평가 기준도, 샘플 테스트를 할 곳도 마땅치 않았던 것. 마침 러빙포 국산화 수요를 파악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을 통해 3년간 47억의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영도벨벳의 기술개발이 탄력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 하이퍼플렉스, 경희대, 숭실대 등 기업 및 대학과의 협력체계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이를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3년의 연구개발 끝에 영도벨벳은 LCD 패널 제조용 4만ea/㎠급 고밀도 러빙포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의 러빙포가 면적 당 3만 2000개의 파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4만개의 파일을 보유한 영도벨벳의 러빙포가 기술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셈이다. 2011년, 애플이 LCD 생산업체에 아이폰4에 들어갈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요구하면서 러빙포 매출의 물꼬가 터졌다. 애플의 요구 사양에 맞추려면 영도벨벳의 4만ea/㎠급 고밀도 러빙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현재 영도벨벳은 LCD 디스플레이의 진화에 발맞춰 러빙포를 개선하고 있다. 초고선명(UHD) 화질의 TV와 신규 모바일 제품의 일부 품목은 영도벨벳의 러빙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 일본 샤프가 신규 개발 제품에 영도벨벳의 러빙포를 수입해 쓸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기용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정책과 과장은 “치열한 기술경쟁 환경에서 우연한 성공은 있을 수 없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 지원과 우리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 과장은 이어 “경쟁우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원천기술 확보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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