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이민사' 중남미 동포들과 朴 대통령의 만남

머니투데이 보고타(콜롬비아)=김익태 기자 2015.04.1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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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00]1963년 2개월 항해 끝 지구 반대편 도착…미주 의류 시장 핵심 리더로 부상(종합)

'눈물의 이민사' 중남미 동포들과 朴 대통령의 만남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후 현지 동포 20명을 보고타 소재 숙소 호텔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격려했다.

콜롬비아에는 약 900여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주로 의류 수입과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IT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김만중 콜롬비아 한인회장, 장광옥 지상사 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곳이 고국하고도 거리가 상당히 먼데다, 또 해발 2600미터가 돼서 상당히 높은 지대라 생활하시는데 어려움도 많이 있을실 것인데, 이렇게 삶의 터전을 열심히 가꾸고 계신 우리 동포 여러분들을 보니까 자랑스러운 생각이 든다"며 보고타 남쪽에 세워진 '한인 수련원'을 언급했다.

한인 수련원은 동포들의 건강상 반드시 저지대 요양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1978년 당시 주 콜롬비아 대사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 정부지원 7만 달러와 한인회 모금 13만달러 등 총 20만 달러를 투입해 건립해 운영 중이다. 박 대통령 방문 계기에 수련원에 1만5000달러가 지원됐다.



박 대통령은 또 콜롬비아 동포들이 동포사회의 단합에만 머무르지 않고, 콜롬비아 참전용사들과 체육대회도 열고 후손회도 지원하고 있는 사실도 거론했다. 동포 사회는 2011년부터 정례 '콜롬비아 한인 및 참전용사 가족 한마당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각종 지원 제공 및 미망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참 이곳에 계신 동포 여러분들은 생활력이 강하시지만, 참 애국자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여러가지 활동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참석한 동포들은 현지에서 거주하면서 느껴온 소감을 전했고, 동포 사회의 주요 활동과 관심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김만중 한인회장은 "이번 방문이 우리 대한민국과 콜롬비아가 환태평양 파트너십의 핵심 국가로서 21세기 세계경제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교민들은 온 마음을 다해 조국 대한민국이 눈부신 발전과 성장으로 세계 열갈들과 나란히 어깨를 함께 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고, 조국 대한민국과 콜롬비아가 함께 세계에 우뚝 서는 영광의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우리 국민의 중남미 이민이 박 대통령이 영애로 있던 1960년대 초부터 7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 본격 개시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우리의 남미 이민역사는 1963년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낯선 땅에 첫 발을 내딛은 103명의 한인으로부터 시작됐다. 1962년 12월 18일 네덜란드 국적의 이민선 '찌짜렝가호'를 타고 부산항을 떠난 이들은 남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약 2개월간의 긴 항해 끝에 1963년 2월 12일 브라질 상파울루주 산토스항에 닿았다. 브라질 동포사회는 1963~1965년 5차례의 농업이민(2000여명), 1970년 기술이민(1200여명) 이후 개별이민을 통해 형성됐다.

60년대 중반에는 유학생과 태권도 사범이 이민 오면서 콜롬비아 동포사회가 탄생했고, 70년대 들어서는 10여명의 병아리 감별사가 페루에, 6가구의 화훼 재배 농가가 칠레에 이주하면서 각각의 동포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남미 전역에는 11만1000여명의 동포가 거주, 활동하고 있다.

우리 동포들은 민족 특유의 성실함과 인내심으로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현지사회에 정착해 오고 있다. 특히, 브라질 동포들은 브라질 여성의류시장의 50~60% 가량을 점유하는 등 브라질 의류·패션산업의 핵심 리더로 성장,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들과 함께 미주 의류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보부상' 형태에서 시작해 재봉틀을 이용한 소규모 가내수공업을 거쳐 공장형 의류제조 및 의류 도·소매업 전반으로 발전했다.

103명으로 시작된 브라질 동포들은 오늘날 5만여 명에 달하는 건실한 동포사회를 형성하고 있고, 우리 동포 다수 거주지역인 상파울루시의 봉헤찌로(Bom Retiro)는 2010년 5월 브라질 상파울루시 시당국으로부터 코리아타운으로 공식 지정됐다.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에서도 우리 동포 사회는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라는 지리적 악조건과 언어·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고, 의류업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구축했다.

남미 동포사회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기여로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동포들이 남미 유일의 6.25 전쟁 참전국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 및 후손들을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빈부격차가 상대적으로 심한 페루와 브라질의 동포들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칠레 동포사회는 칠레에서 지진, 산불 등 대형 재해 때마다 모금 및 구호활동 등 우리의 상부상조 정신을 칠레에 확실히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브라질에서도 1983년 '한인복지회'가 설립돼 브라질 내 빈민 계층을 위한 무료 의료 서비스, 구호 물품 지급 등의 봉사활동을 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1세대들이 다져놓은 기반위에 20~30대 청년들이 법조, 의료, 과학기술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미래 한국과 중남미 간의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칠레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칠레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소위로 임관해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는 이정욱 씨(24)와 산부인과 전문의 취득에 이어 암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황두영 씨(30), 그리고 한인 청년회장을 맡고 있는 홍상혁 씨(25)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청년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브라질에서도 2003년 당시 최연소로 브라질 검사시험에 합격해 현재 상파울루시 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윤정 씨(36)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브라질 한국국제청년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샬롬 씨(30) 등 현지 법조계에 진출한 우리 청년들이 참석할 계획이고, 페루에서는 한국인 아버지와 페루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페루의 명문대 중 하나인 페루응용과학대(UCE)에 입학한 유킴벌리양(18)이 페루 차세대 동포를 대표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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