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골드만삭스 편법영업 재발방지책 마련키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5.04.1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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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증권사 국내직접영업 제한...필요시 보조적 설명만 허용 명시

앞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지사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국내 투자자와 접촉해 직접 영업하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투자자 대상 증권업 영업(크로스보더 거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과 마찰을 일으킨 골드만삭스 해외채권 불법판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올 하반기께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16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편법적 영업을 제한하되 국내 투자사가 요청할 경우 상품을 설명하는 보조적 역할을 허용하는 내용의 크로스보더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에서 투자매매와 중개업 인가를 받지 않은 외국계 증권사가 국외에서 한국 거주자를 상대로 투자매매나 중개업을 영위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율한 것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제7조 4항 6호)에 따르면 금융상품은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투자사를 통해서만 판매해야 한다. 또 해외 금융투자사가 국내 영업시 국내 금융투자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영업이나 거래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2013년에 말레이시아 공기업 1MDB 채권을 국내 기관 투자가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홍콩지점이 국내 인가를 받은 서울지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영업해오다 2014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골드만삭스측은 당시 서울지점 담당자가 동행했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감독원 특별검사 결과 서울지점에는 중개 관련 서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점이 사실상 들러리를 선 것이다. 실제 사건의 발단도 홍콩지점이 채권인수 및 중개수수료를 사전에 떼고 서울지점에는 단순 인건비만 나눠주면서 양측이 성과급 분배를 놓고 마찰을 빚은 사실이 금융당국에 제보되면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 제재 이후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해 올초 배포했지만 초안이 지나치게 엄격해 자칫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전면 재검토하는 중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기존 초안에서는 반드시 국내 금융 투자사를 통해 영업하되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직접 고객에게 설명하고 대부분 전화나 통신수단을 이용할 것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자칫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투자사 요청이 있으면 복잡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외국계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보조적으로 설명하도록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세수확보 측면에서도 안전장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영업하는 방식이 굳어지면 수익에 대한 국내 과세범위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당국은 현재 5개 외국계 증권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있는데 지난해 당국 제재에 크게 반발해 앙금이 있는 골드만삭스까지 참여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적 미비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과거 갈등과 무관하게 전향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당국 제재 이후 홍콩 지점 내에서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이른바 '코리아데스크'를 지난해 서울지점 소속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본사차원에서 해당국 정부기관을 자극하는 비즈니스 관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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