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파문' 위기의 새누리…'긴박한 블랙데이'

머니투데이 구경민 김태은 김세관 기자 2015.04.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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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새누리 지지기반(충청권)까지 위협…김무성 선거 일정 취소, 긴급 회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경로당을 찾아 4.29 보궐선거 관악을 오신환 후보의 지지호소를 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15.4.14/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경로당을 찾아 4.29 보궐선거 관악을 오신환 후보의 지지호소를 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15.4.14/뉴스1


4월14일. 새누리당에게는 짜장면 처럼 얽히고 속이 검게 타들어가는 '블랙데이'였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면서 촉발된 새누리의 위기감은 이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총리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조차 생략했다. 이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건너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총리들의 사례를 찾아봐도 모두발언 없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총리의 기반인 충청도의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인식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 총리의 지역기반인 충청권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형성되고 그 화살이 이 총리를 향하는 모양새다. 충청권의 민심이반은 '책임총리'로서의 의지를 다져온 이 총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지지기반인 충청권이 흔들릴 경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까지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충청민심 이반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날 이틀째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성완종 블랙홀'이 외교·통일·안보 분야까지 삼켜버렸다. 이 총리는 "뇌물 받았으면 사퇴하겠다.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며 초강수를 뒀지만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나섰다. 고심 끝에 이날 오후 선거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여파 속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날 오전 본회의와 전경련 정책간담회 일정을 소화하는 김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 총리의 거취, 특검 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끈질기게 질문을 하는 기자에 대해서는 손으로 뿌리치면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모습에서 당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진 않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총리를 먼저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김무성·유승민 '투톱'은 특검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심 선긋기를 염두에 뒀으나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이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 대표는 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 관악을 선거구 내 경로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자리를 급히 옮겼다. 봉사활동을 하는 내내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김 대표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자청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면 그만둘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뇌물수수)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일단 그런 주장은 있으니까 대통령 다음으로 권력자인 총리가 검찰에 가서 빨리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검 도입 문제와 관련해 "특검을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특검 가면 또 두 달 걸린다. 언제든 특검을 할 수 있지만, 현재 특별수사팀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빨리하라는 것을 (최고위 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촉구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4·29 재보궐 선거에서 '성완종 파문'의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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