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의원' 김용익의 국회 '분투기'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5.04.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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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1. "권력을 가진 자리이나 저는 이를 그릇되게 쓰지 않겠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 국민들이 아무도 가난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 국민들 중 아무도 병들지 않기를 원합니다. (중략) 제 마음 속에 조금이라도 그릇된 생각이 싹틀 때에는 회초리를 들어 바로 잡아 주십시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하고 난 일주일 뒤 부모님 영전에 직접 작성해 올린 '고유문(告由文)'의 일부.



# 2. "여러분은 오늘 새정치연합이 복지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또 새정치연합이 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의원총회가 끝나면 사직서를 제출하겠습니다."

당이 대선 공약 후퇴로 까지 불린 정부·여당의 기초연금 절충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지난해 5월2일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모으자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상대 당의 진영 의원까지 만류하는 바람에 사퇴 결정은 철회했지만 같은 당 동료들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고스란히 공개됐다.

# 3. "일개 도지사의 정치적 야욕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정부의 무책임으로 104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이 속절없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제 몸이 부서지는 통증을 느꼈다."

지난해 12월10일 엿새간의 단식을 중단한 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복지부를 향해 날린 비판이다.


복지부는 그해 11월26일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상남도 서부청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경남도의 요청을 승인했다. 진주의료원을 공공기관 외에 다른 시설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그 동안의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한 항의로 김 의원은 단식에 돌입했었다.

['의사'에서 '의원'으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
이제는 거의 잊혀진 '고유문'을 써 부모님 영전에 바치고, 당의 결정이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앞뒤 가리지 않고 직을 내던질 수 있으며 사회 공공 서비스가 훼손됐다는 생각에 자신의 건강마저 뒷전일 만큼 김 의원에게선 조선시대 선비의 향기가 묻어난다.

1952년생. 적지 않은 나이에 초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해 대중에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굽히지 않는 '투사(鬪士)'의 길을 걷는 그의 원래 직업은 '의사(醫師)'였다.

모교인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연구소 소장을 하던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의 보건·복지분야 '스페셜리스트'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11년 당시 민주당에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대비해 구성한 보편적복지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펼친 활약이 인정을 받아서다.

19대 총선에서 불쑥 정치인으로 얼굴을 내민 것은 아니다. 의료정책을 전공한 덕에 시민단체 인사들과의 교류가 잦았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정책 자문단 역할을 했다.

이후 2006년부터 2년 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 의원은 "의사 출신이라 (내가) 보건 분야만 잘 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데, 정부 일을 도우면서 복지 분야의 공부도 많이 하게 됐다"며 "다양한 자리에서 역할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당의 보건·복지 '스페셜리스트' 답게 김 의원은 현재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해 공적연금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소속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어린이집 CCTV(폐쇄회로카메라) 설치 의무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 기초연금 협상 당시처럼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게 된 셈. 역시 결론까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김 의원은 예상하고 있다.

[재선, 정권교체 그리고 다섯 가지 싹]

김 의원은 아직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처럼 재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다음 총선을 1년 여 앞둔 시점에서 지역구 활동을 하기에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보좌진들은 2012년 총선 직후 김 의원으로부터 "재선 생각이 별로 없으니 그렇게 알라"는 소리도 들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김 의원이 만들어 줬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김 의원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 상태는 아니다. 최근 그의 관심이 개인적 재선이 아닌 '정권교체'에 쏠려있을 뿐이다.

그의 첫 '정권교체'의 경험은 1996~1998년 유학시절 영국에서였다. 영국 의회의 야당이었던 노동당이 집권 보수당을 꺾고 대표였던 토니 블레어가 총리로 취임하게 된 상황을 현지에서 목도했다.

영국 언론은 정권을 교체한 노동당과 당의 대표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김 의원은 가십이 아닌 정책중심 보도를 인상 깊게 봤다.

이후 김 의원은 영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정권교체가 실현된 후 정책 자문은 물론이고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서 보건·복지·보육·노동 분야 정책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김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의 소득주도성장 △재정 분야에서의 조세정의 △복지 분야의 보편적 복지 △고용 분야에서의 고용불평등 해소 △정치 분야에서의 비례대표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김 의원은 "다섯 가지 씨앗들은 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로 연결하면서 생각의 틀을 짜야할 필요가 있다"며 "재선이 다가 아니다. 국회를 나가게 된다고 해도 할 일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대표법안→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치약을 들어보이며 유해성분에 관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치약을 들어보이며 유해성분에 관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의 이른바 '착한적자'를 지원하도록 하고 '착한적자'가 공공병원 평가에 불리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공공보건의료법'은 만성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원이 문을 닫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로 지난 2012년 11월 김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공공보건의료법' 개정으로 지방의료원은 물론이고 국공립대병원, 적십자병원, 산재병원, 보훈병원, 시·도립병원 등 전국 200여개 공공병원이 공익적 활동에 따라 발생한 적자를 '착한 적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돼 공공의료 체계가 한층 강화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등과 관련해 두 차례 단식을 진행했던 김 의원이 그 간의 의정활동 기간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법안일 수밖에 없다.

[키워드-논산과 익산 사이]

김 의원의 고향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충남 논산이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는 논산에서의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김 의원의 아버지는 6.25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외갓집이 있는 전북 익산으로 이주했고 유년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다.

김 의원은 "친구들과 익산 미륵사지석탑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들이 생생하다"며 "지금은 외가 식구들도 없어서 자주 못 가지만 마음속에선 고향 하면 익산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과 상경해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김 의원으 지금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복지부 장애인 화장실 지적한 국감 셀카]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장애인 화장실의 불편한 점을 지적하기 위해 직접 찍어 국감장 슬라이드에 띄운 사진./사진=김용익 의원실 제공.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장애인 화장실의 불편한 점을 지적하기 위해 직접 찍어 국감장 슬라이드에 띄운 사진./사진=김용익 의원실 제공.
지난해 10월14일 세종시에 위치한 복지부에서 밤 늦게까지 진행된 국정감사 3차 질의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직접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을 국감장 슬라이드에 띄웠다.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장애 4급) 김 의원이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의 화장실을 사용해 보고 사진과 함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김 의원은 이날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해 보고 손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이 없고 옷걸이나 물품을 놀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장애인들은 손이 부족하다. 물품들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화장실에 필요하다"며 "이렇게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드린 이유는 장애인 문제는 체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복지부가 장애인 정책을 결정할 때 여러 종류의 장애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요주의]

'선비', '학자'의 이미지가 강한 김 의원이지만 정책 발굴 전문성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정의 크기만큼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다.

이 같은 모습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종종 노출돼 주위를 놀라게 한다. 2013년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당시 진주의료원 현장검증에서에서 수차례 동문서답을 하는 고위 관료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뒤에 있던 보좌관이 만류해 실제 국회의원이 던진 물병에 공무원이 맞는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지만 여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같은 당 의원들까지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이런 소신과 강직함은 김 의원의 제1 덕목이지만 정치 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당 내에서,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 의원을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그와 가깝다고 말하는 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 속에서 일을 해야 할 정치인으로서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피할 수 없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로필]

△충남 논산(1952년) △서울고-서울대 의대-서울대 보건대 석사-서울대 예방의학 박사 △서울대 의과대 의료관리학교 교수 △보건복지부 의료보험통합추진기획단 제1분과장 △보건복지부 의약분업실행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서울대 의료관리학연구소 소장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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