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개편안 냈지만…평균 9700만원 '노조 반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5.04.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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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직무급·성과반영 부가급 도입 제안...노조 "통상임금 빠져 수용불가"

현대자동차가 회사의 미래경쟁력을 감안해 근로자들의 임금저하와 회사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없는 '신(新)임금체계'를 도입하자"고 노동조합에 공식 제안했다.

120여 개에 달하는 수당을 간소화하고 직무와 숙련도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는 '직무급' 신설이 골자다. 개인성과를 등급화해 임금에 반영하는 '부가급' 도입안도 포함됐다.



노조는 그러나 "사측에 요구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 안이 빠져 있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장기화될 공산이 커졌다.

현대차 (241,000원 ▼8,000 -3.21%)는 2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현대차 노무담당 사장과 이경훈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 관계자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5차 본회의를 열었다. 당초 노사가 약속한 합의안 마련 시한은 지난 달 31일이었다.



사측은 이날 노조에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와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등에 따른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는 단편적 접근보다는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선과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앞서 통상임금 과거 미지급분 소급 지급 등을 주장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윤 사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임금체계 개선 등 근본적 방향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그러면서 해외 선진 완성차업체의 벤치마킹 결과와 자문위원회 의견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저하와 회사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없는 '신(新)임금체계'를 노조에 제안했다.


현행 임금체계가 수당이 120여 개에 달하는 등 복잡하고 낙후돼 있는 데다 현재의 임금 수준 또한 임계치까지 도달해 있다고 사측은 지적했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급여는 2009년 7500만원에서 2010년 8000만원, 2011년 8900만원으로 상승했다. 2012년과 2013년 9400만원에 이어 지난해 97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도 2000년 7.1%에서 지난해 14.6%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사측은 △직원의 임금 저하 방지 및 노사간 유불리가 없는 비용 중립성 유지 △직원들의 성장 욕구 및 자기계발의 동기 부여 △임금체계 단순화를 통한 직원의 임금 이해도 향상 △합리적 성과배분제 도입 등 새 임금체계의 4가지 주요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당체계 간소화 및 직무급제 도입 △개인별 노력·성과를 반영한 부가급제 도입 △성과 배분 기준 수립 등 '신 임금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사측은 "수당체계를 간소화하고 노사 공동으로 직무 재조사를 실시해 직무 중요도와 자격, 난이도, 작업환경, 숙련 필요기간 등을 고려해 등급을 세분화하는 직무급을 신설하자"고 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현행 '호봉제'를 바꿔 직무와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도록 하자는 얘기다.

또 직군별 특성을 감안해 개인별 노력과 성과를 등급화해 임금을 반영하는 '부가급' 도입을 최초로 제안했다. 사측은 부가급 기본 형태에 대해 "기초급에 지급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개선안은 노사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자"고 밝혔다.

사측은 마지막으로 성과배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현대차는 "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하고 기업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는 합리적 지급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대내외 환경, 경영실적 등이 고려된 산정 기준을 수립하자"고 했다.

사측은 '신 임금체계'의 세부적인 사항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윤 사장은 "회사가 제시한 '신 임금체계'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공동 발전을 위한 제안"이라며 "노사 모두의 노력과 지혜를 담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이경훈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가운데)과 노조원들./사진=뉴스1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이경훈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가운데)과 노조원들./사진=뉴스1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회의 석상에서 "통상임금 산입 안에 대한 내용이 없고 통상임금을 확대하더라도 회사의 비용을 '제로'(0)로 하겠다는 사측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기태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사측의 신임금체계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라며 "다음 주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6일 운영위원회 등을 열어 사측 제안에 대해 논의한 후 투쟁 등 대응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안팎에선 노사간 이견으로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의 조속한 합의가 어려운 만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논의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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