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이런 우려가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내수 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정말로 불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수출은 정말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대답은 '아니오'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83억92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38개월 연속 '흑자행진'이자,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폭이다. 수출(-20억76만달러)보다 수입(-69억6300만달러)이 크게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확대로 보이는 수출입 실적에는 한 가지 '변수'가 숨어있다. 바로 기록적인 수준의 국제유가 하락이다. 유가영향 품목이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3%, 수입은 30.8%에 달한다.
지난해 3월 배럴당 104.4달러이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54.7달러로 47.6%나 떨어졌다. 이런 국제유가의 하락은 유가영향 품목(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입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액, 수출액을 모두 줄인다. 실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나란히 수출물량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음에도 수출액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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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가영향 품목을 제외한 수출증가율은 0.2%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1분기 증가율은 4.2%에 달한다. 유가가 지난해 수준이었다고 가정했을 때 1분기 전체 수출증가율도 1.9%로 양호하다.
1.9%의 증가율도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겠지만 WTO(세계무역기구)의 최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전 세계 수출 증가율은 -10.4%다. 상대국이 있는 교역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이 아직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상승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불황형 흑자'는 단순히 수입액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재나 소비재 등 수입의 질적 하락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투자나 내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불황이 심해질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재와 소비재는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으나 증가세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큰 폭의 수입액 감소가 원자재 수입단가 하락에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더불어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도 양호한 편이다. 원화표시 수출증가율은 △1월 1.4% △2월 -0.8% △3월 -0.5%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분기에는 정부의 단기 수출촉진대책 등에 힘입어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도 크다. 또 국제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6~8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 국제유가가 지난해 8월부터 내린 것을 고려하면 2분기가 그 시점에 에 해당한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액은 감소했으나 수출물량, 수출기업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단기 수출촉진대책을 마련해 수출에 활력을 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