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3달째 내리막 수출입, '불황형 흑자'라고?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5.04.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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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하락 탓, 물량 오히려 늘어… "수출 견조한 성장세 지속"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액과 수입액이 나란히 줄었는데 수입액 감소폭이 더 커 오히려 흑자폭은 확대됐다. 일각에서 '불황형 흑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우려가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내수 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정말로 불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수출은 정말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대답은 '아니오'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입 실적은 지난달 수출은 469억8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한 를 기록했다. 수입은 전년 동월대비 15.3% 줄어든 385억9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83억92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38개월 연속 '흑자행진'이자,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폭이다. 수출(-20억76만달러)보다 수입(-69억6300만달러)이 크게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런 기조는 1분기 내내 이어졌다. 올 1분기 수출액은 1336억4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무려 15.2%가 준 1121억8200만달러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는 214억61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확대로 보이는 수출입 실적에는 한 가지 '변수'가 숨어있다. 바로 기록적인 수준의 국제유가 하락이다. 유가영향 품목이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3%, 수입은 30.8%에 달한다.

지난해 3월 배럴당 104.4달러이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54.7달러로 47.6%나 떨어졌다. 이런 국제유가의 하락은 유가영향 품목(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입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액, 수출액을 모두 줄인다. 실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나란히 수출물량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음에도 수출액은 감소했다.


지난달 유가영향 품목을 제외한 수출증가율은 0.2%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1분기 증가율은 4.2%에 달한다. 유가가 지난해 수준이었다고 가정했을 때 1분기 전체 수출증가율도 1.9%로 양호하다.

1.9%의 증가율도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겠지만 WTO(세계무역기구)의 최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전 세계 수출 증가율은 -10.4%다. 상대국이 있는 교역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이 아직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상승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불황형 흑자'는 단순히 수입액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재나 소비재 등 수입의 질적 하락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투자나 내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불황이 심해질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재와 소비재는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으나 증가세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큰 폭의 수입액 감소가 원자재 수입단가 하락에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더불어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도 양호한 편이다. 원화표시 수출증가율은 △1월 1.4% △2월 -0.8% △3월 -0.5%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분기에는 정부의 단기 수출촉진대책 등에 힘입어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도 크다. 또 국제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6~8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 국제유가가 지난해 8월부터 내린 것을 고려하면 2분기가 그 시점에 에 해당한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액은 감소했으나 수출물량, 수출기업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단기 수출촉진대책을 마련해 수출에 활력을 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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