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평사제재 지연…무디스·피치 눈치보기?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5.04.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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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뒤 3개월째 금융위 상정안돼…당국 "법적쟁점 드러나 보완" 해명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 결과 제재가 수개월째 보류되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신평사의 대주주인 무디스와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1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평사에대한 기관경고와 임직원 중징계 방침을 의결했다. 그러나 제재심 심의뒤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 최종의결기구인 금융위원회에 신평사에대한 제재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고있다. 통상 금감원의 제재심 뒤 한 달 안에 안건 상정과 의결이 이뤄지는데 아직 안건상정 시점도 잡지못했다. 제재가 지연되면서 신용평가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3년 11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나섰다. 신평사들이 동양사태 이전에 동양계열사의 신용등급을 BBB급 안팎의 투자등급으로 평가했으나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는 등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서다. 실제 검사결과 신평사들이 내부 신용평가조직과 영업조직간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 등급을 사전에 유출해 기업들이 등급조정전 채권을 발행해 부당이익을 챙기게 하거나, 신용평가조직이 직접영업에 나서는 등 이른바 '등급장사'를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검사결과 기관과 임직원에대한 징계방침을 각 신평사에 통보한 바 있는데 10월째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관련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금융당국이 한국신용평가의 지분 50%를 보유한 무디스와 한국기업평가의 지분 73.55%를 보유한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눈치를 보고 제재에 신중을 기하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글로벌신평사는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기관들로 각국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실제 피치의 경우 2013년 10월 미국 정부와 의회간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자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며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미국정부와 마찰을 빚기도했다.



이에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국내 금융유관기업에 대한 제재인 만큼 글로벌 신평사의 눈치를 보고 제재를 감경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법적쟁점이 새로 드러나 재검토를 하게돼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 뒤 안건상정을 위한 사전회의에서 법적 쟁점에대한 검토가 미비한 게 드러나 금감원에 자료보완을 요구했다"면서 "금융위 안건상정은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하기위한 것으로 기관제재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안건상정과 제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지난해와 올초까지 인사이동이 잦았고 미처리된 검사업무가 누적돼 자연스럽게 검사결과 처리가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다만 사상 첫 신용평가사에대한 검사와 제재였던데다 신평사쪽 반발도 거세 검사결과 정리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신평사는 경영진 중징계에 대비해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김용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으며 한국신용평가도 대주주인 무디스가 당국 제재이후 대표이사 교체에 나설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대주주인 피치가 현 윤인섭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는데,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CEO는 대부분 사퇴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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