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평 고시촌에서 창업…'아내와 회사' 동시에 얻은 30대 CEO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5.04.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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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분야의 인스타그램 꿈 꾸는 서영화 뱁션 대표

서영화 뱁션 대표/사진제공=뱁션서영화 뱁션 대표/사진제공=뱁션


모바일 창업이 '대세'였던 3년 전, PC 기반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창업한 30대 CEO가 있다. 누구나 고개를 갸웃할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약 3년이 흐른 지금 그 선택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 같다.

2013년 KDB 청년창업경진대회 대상에 이어 지난해 '2014 청년기업인상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고, 최근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실력이 증명한다. 뱁션이 개발한 자막 편집 소프트웨어(SW) '뱁션'은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서영화 대표(31)는 2012년 박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서울대학교 동문인 강성부 이사 그리고 아내 김유미씨(31)와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멤버 3명과 직원 2명이 의기투합한 곳은 7평짜리 신림동 고시촌이었다.

서 대표는 동영상 편집 부분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인스타그램이 간편한 터치만으로 프로 사진가가 편집한 사진처럼 보이게 했듯, 클릭 한 번만으로 동영상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목표였다.



개발에는 자신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SW를 구성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소비자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서비스의 세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때 서 대표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지금의 아내다. 여자친구였던 김유미씨에게 공동창업을 제안해 회사로 끌어들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까지 골인했다.

이들이 개발한 뱁션은 모바일이나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TV방송 프로그램 수준의 품질로 자막을 삽입하고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SW다.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이미 전환된 시대였지만, 동영상을 편집하고 수준급의 자막을 입히기에 스마트폰은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서 대표는 "전문가 수준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려면 몇 분짜리 만드는 데도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며 "동영상 편집과 자막을 입히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넣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SW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만 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2만 명을 돌파했고, 이번달 내 2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창고 같던 고시촌을 탈출해 가산 디지털단지에 입성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3억 원의 상금 덕이 컸다.

뱁션은 홍보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각종 영상을 만드는 종교단체, BJ(1인 미디어 제작자), 영상 관련 용역회사 등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주는 영상 관련 숙제도 늘어나 뱁션 사용자층이 확대되고 있다.

동영상 제작업체는 많지만, 뱁션이 만들어가는 시장은 사실상 새로운 시장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만으로 누구나 고화질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동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 사진처럼 동영상이 보편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도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서 대표는 "이용자가 가치를 느끼는 기능을 빨리 찾아내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며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모바일에 있다고 하면 모바일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최근에는 3D(3차원) 관련 기능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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