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친환경차 PHEV, 시장은 엑셀밟는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5.03.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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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연료전지차는 기술적 한계 탓에 아직 '니치마켓(틈새시장)'입니다. 당분간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충전식 하이브리드카, PHEV) 싸움이에요".

이달 초 '2015 제네바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고경영진의 인식도 비슷했다." PHEV 선점 경쟁이 미래형 친환경차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PHEV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친환경차다.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방식이어서 배터리로만 달리는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비는 높고 탄소배출량은 낮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친환경차로 불린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PHEV 경쟁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한국시장에서도 PHEV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BMW코리아(i8)와 포르쉐코리아(카이엔S E-하이브리드)가 지난 26일과 27일 각각 PHEV를 국내에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국산차 최초로 쏘나타 PHEV를 조만간 내놓는다. 아우디와 토요타 등도 PHEV 모델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본격적으로 PHEV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문제는 PHEV 인증 규정과 보조금 등의 지원 정책이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해 11월 PHEV 연비 측정방식을 새롭게 고시했다. 하지만 연비가 지나치게 높게 나와 현실과 동떨어진 허점이 발견돼 현재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PHEV에 HEV(하이브리드차)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기준 ℓ당 47.6㎞에 달하는 BMW i8 연비가 국내 기준으로 ℓ당 13.9km로 인증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럽 기준(km당 49g)보다 3배 가까이 높은 127g으로 현재로선 친환경차 보조금(97g 이하)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PHEV 경쟁력이 없으면 2020년 이후엔 글로벌 시장에서 장사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PHEV 시장을 키울 제도와 정책적 지원 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친환경차 집중육성'을 외치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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