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입구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애완동물 동반 시 목줄 착용·배설물 수거에 협조해 주세요." 지자체 이름의 이 현수막은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걸려있다. 이 길을 자주 걷는 사람으로서 왜 걸렸는지가 아니라 언제쯤 떼어질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하다. 치워지지 않은 개똥을 보지 못한 날은 거의 없다. 이날도 목줄 없이 다니는 개들이 여럿 보였다.
A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오늘도 ○○쪽에서 애견 관련 민원이 왔다"고 한다. 그가 느끼기에 관련 민원은 5년 전의 2배 수준. 현장에서 계도하는 게 쉽지도 않다. "개똥 치워 달라"는 말을 하면 험한 말이 돌아오기도 하고, 목줄 없음을 지적하면 "집에만 오래 있어서 뛰게 해 주려는데…" 같은 반응이 오기도 한다.
자료사진.
배설물(소변의 경우에는 의자 위의 것만 해당)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
애완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않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
위 금지행위에는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B공원 현장관리인은 "(과태료 안내) 현수막이 걸린 후 개똥이 줄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개똥을 밟았다", "애견 행사에 갔는데 개똥이 굴러다녀서 애견인으로서 부끄러웠다"…. 인터넷에선 이와 같은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배려 없는 애견인은 다음 한 마디로 요약된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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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불편함을 느끼듯이, 내가 데리고 가는 개가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애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동물'이 된다.
애완동물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접점을 찾는 과정이 아직은 필요하다. 동물 관련 단체들이 '동물 사랑' 활동에 더해 '애견 예절'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개를 데리고 걷던 중 조금 좁아진 길을 지났다. 저쪽에서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자전거 탄 사람은 다가오다 속도를 크게 줄여 천천히 지나갔다. 작은 배려, 지금은 안타깝게도 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