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의 볼륨업]'사실상 주말'골프, 홍준표 귀국 해명이 남긴것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5.03.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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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여론·언론 능했던 홍준표, 결국 여론·언론 뭇매 자처

편집자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회 16개 상임위 중 가장 이름이 길고, 담당 분야도 다양하다. 말도, 탈도 많은 것은 당연한 일.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IT·벤처·방송통신·R&D 등 다양한 담론과 뒷이야기를 라디오 DJ처럼 친근하게 독자들에게 속삭이려 한다. 때로는 볼륨을 높여 비판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전달할 계획이다.

[이하늘의 볼륨업]'사실상 주말'골프, 홍준표 귀국 해명이 남긴것


기사 고정 꼭지 명칭을 '볼륨을높여요'로 정하고 며칠간 첫 회의 주제를 고민했습니다. 단통법부터 KBS 수신료, 방송 공정성, 카톡·통화내역 감청, 주파수 배분 등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되거나, 됐거나, 될 예정인 다양한 사안들이 너무나도 많더군요.

하지만 첫 기사는 이와 전혀 관계없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출장길 평일 근무시간 중 골프접대'로 잡았습니다. 이유는? 지난 21일 휴일당번인데 때마침 관련 제보가 나와서 제가 해당 기사 작성에 참여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 '인연'으로 28일 새벽 인천공항까지 달려가 귀국한 홍지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기사를 통해 홍 지사의 골프접대를 처음으로 문제제기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관련 내용들을 하나하나 되짚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주말'론, '평일골프' 경남 공무원 징계 영향은?



28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홍 지사는 "금요일 오전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일정이 없는 오후에 골프를 쳤다. 이는 비공식 비즈니스"라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정장수 도지사 비서실장은 2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금요일 오후는 미국의 사실상 주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장길에서 일정을 마친 홍 지사로서는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 억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4일 창원시는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을 한 시청 공무원을 직위해제했습니다. 홍 지사의 해명대로라면 그 공무원 역시 '사실상'을 적용해 사면 받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60일 이내에 경남도는 인사위원회를 열어야 합니다. 또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합니다. 이 공무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향후 홍 지사의 평일골프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교포 최모씨가 캘리포니아주 남부 한 골프장에서 평일 라운딩을 즐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촬영했다며 제보한 사진미국 교포 최모씨가 캘리포니아주 남부 한 골프장에서 평일 라운딩을 즐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촬영했다며 제보한 사진
◇"현금 400달러 지급"…'접대골프'의 진실은?

홍지사가 함께 골프를 친 일행은 LA 경남도 통상자문관인 주모 씨와 주씨의 지인, 그리고 홍지사의 아내입니다.

홍 지사는 "당시 1인당 그린피는 95 달러로 400 달러를 주씨에게 현장에서 바로 전달해 계산케 했다. 20세기폭스사의 투자유치와 경남도 농산물 수출활로 개척으로 도움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접대를 했다. 홍준표는 400 달러짜리 접대로 문제가 될 사람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주씨는 골프 라운딩 기사가 나간 직후 폭스사 투자와 관련해 업무 논의 차 골프를 친 것이며 자신이 골프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씨가 이를 번복한다면 둘 사이에 현금 400달러가 오갔는지 여부는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홍지사가 돈을 건넸다고 해도, 언론을 통해 주말골프가 문제된 이후에 '사후정산'을 한 건지 사전에 준 것인지는 골프를 함께 친 사람들만이 알수 있는 일입니다.

◇'비공식 비즈니스'에 부인 동반, 어떻게 봐야할까?

홍 지사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골프 라운딩은) 농산물 수출을 동부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동부 있는 교민 분들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만난 일정으로 비공식 비즈니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3일 미국 폭스사와 미팅을 앞두고 접근 방법을 논의하고 통상자문관인 주모씨 등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 마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총 4명이 함께 골프를 쳤고, 이 가운데 한 분은 홍지사의 부인입니다. 동부 교민분'들'이 경상남도의 농산물 수출을 돕기 위해 서부까지 먼 길을 오셨다면 단지 4명이서 골프를 치기보다는 다른 회의 장소가 적합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해외 출장에 부인을 대동한 것과 관련해 홍 지사는 "낮에 각자 볼일을 보고 저녁에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비공식이긴 하지만 '비즈니스'의 영역인 골프 라운딩에 부인을 참석시킨 사실과는 맞지 않은 해명입니다.

특히 경남도의 주요사업인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사업 전략을 논하고, 홍 지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올해에만 3억 달러 규모가 예상되는 경남도 농산물의 북미수출을 의논하는 자리라면 비공식이지만 이번 출장의 공식적인 행사만큼이나 중요한 자리였을 겁니다.

◇여론과 언론 잘 아는 정치인이…자기관리 아쉬워

해외출장골프 문제가 불거진 것이 본인의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정치적 공세라는 홍지사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공인(公人)이 해외에 나가 평일 업무시간중에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사진과 함께 제보됐는데, 이를 확인하고 기사화하지 않는 언론사라면 언론이기를 포기한곳일 것입니다.

더구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야당대표와의 '무상급식 논쟁'으로 전국민적 관심사를 불러일으킨 공직자의 언행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공직자로서 당연히 염두에 뒀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회를 오래 출입한 기자들은 홍 지사에 대해 '대중의 관심사를 제대로 꿰뚫는, 아울러 언론 역시 잘 활용하는 인사이트가 있는 정치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홍 지사는 이번 무상급식 논란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난 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홍 지사가 자신의 인지도 및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무상급식을 거론한 것이 아니냐"는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홍지사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서민들을 위하는 정치"라며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도 홍 지사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건 인정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뜨거운 숙제를 화두로 던졌다면 그에 따른 자기관리에도 더욱 철저했어야 했습니다.

골프논란으로 홍 지사가 논의코자하는 '보편적vs선별적 복지' 논쟁과 복지재정 확보방안을 위한 고민이 건강하게 발전되기가 더 힘들어진 듯 합니다. 여론과 언론을 잘 아는 정치인이라 평가받아온 홍 지사이기에 더더욱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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