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매 진행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4층짜리 근린주택 건물. / 사진제공=대법원
이 건물은 지난해 2월 10억6636만원의 감정가로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2차례나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64% 수준인 6억8247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최씨는 최저입찰가보다 8200만원 높은 7억6450만원을 입찰가로 정하고 입찰기재표를 작성해 경매법정에 제출했다.
최씨는 즉시 법정 앞으로 뛰어나가 사정을 설명했다. 최씨는 "입찰가를 실수로 '0'을 하나 더 썼다"며 매각 불허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단순 실수로 판단, 매각허가를 내렸다. 결국 최씨는 한 번의 실수로 입찰보증금 6824만원(최저입찰가의 10%)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눈치를 살피다 현장분위기에 휩쓸려 즉석에서 입찰가를 급하게 수정하곤 한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니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펜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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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씨처럼 입찰가격을 적으면서 '0'을 하나 더 쓰는 실수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전엔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명백한 실수라고 판단해서 불허 결정을 내리고 다시 경매를 진행하곤 했지만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최근엔 단순 실수는 매각허가 결정이 내려진다.
사소한 실수로 큰 재산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은 '6'을 '9'로 잘못 써 낙찰받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재매각되는 경매 건수가 전체의 5~6%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막연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차라리 은행의 입·출금표 양식처럼 금액 전부를 한글로 쓰게 하고 괄호 안에 숫자를 병기하게 한다든지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현행 방식에선 응찰자가 입찰표를 내기 전 꼼꼼히 확인하고 주의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