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핀테크 보다 쉬운 ‘용(龍)테크’를 하라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2015.03.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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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금융계에서 핀테크가 큰 화두다. 이론상으로 인터넷강국 한국은 자본시장 개방으로 훈련된 금융이 합심하면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핀테크 작품을 만들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의 IT는 금융을 모르고, 금융은 리스크 관리와 규제의 틀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IT강국 한국은 옛말이고 SNS에서 스마트폰에서 모두 중국에 밀린다. 거기다 이젠 세계 IT업계의 새로운 대세인 핀테크에서는 중국과 비교하면 규모와 다양성에서 게임이 안 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핀테크의 본질은 금융혁명이다. 지점도 직원도 통장도 없는 사이버 금융기관이 모바일을 통해 비용 제로로 서비스하는 금융사회가 핀테크의 미래다. IT업계는 신사업이고 전통 금융회사들에는 개미지옥이다.



IT업계는 이미 들어간 고정비인, 서버 위에 금융메뉴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그간 정부가 만든 법의 보호막 속에서 수수료와 이자를 앉아서 먹는 금융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핀테크는 사회 전반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방법이라 정부는 좋고 금융소비자는 공짜라서 좋다. 그러면 당황하는 것은 금융기관이다.

지금 중국의 인터넷이 만든 세상은 미국을 능가한다. 미국, 유럽, 일본의 인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12억8000만명의 모바일 가입자와 미국인터넷 가입자의 2.5배에 달하는 6.5억명의 인터넷 가입자가 중국금융을 바꾸고, 한국의 금융에도 위협을 가한다. 지금 한국은 중국의 지급결제 수단인 알리페이의 진출에 초긴장하고 있다. 핀테크의 기본은 가입자다. 그 가입자가 게임이든 SNS든 전자상거래든 관계없다. 가입자가 많은 놈이 그 서비스 위에 금융이라는 메뉴 하나를 더 추가해 가입자들에게 초저가의 서비스로 기존 금융산업의 수익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모형이다.



중국의 인터넷과 핀테크가 무섭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을 시작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한국의 상장회사 빅5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친 것보다 크다. 온라인 게임과 메신저서비스로 큰 탄센트가 인터넷은행을 시작하면서 시가총액이 190조원에 달한다.

중국 증권정보업체 둥팡차이푸는 3000만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온라인펀드를 팔아 떼돈을 벌어 아예 증권회사를 샀다. 중국 최대 증권HTS업체 다즈후이는 1억2000만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인터넷금융업에 진출해 대박을 터뜨렸고 증권사를 사버렸다. 증권사에 데이터와 HTS나 납품하던 을(乙)이 순식간에 갑(甲)이 된 것이다. 8억명의 SNS가입자를 가진 탄센트와 금융솔루션업체 진정구펀 회사가 결합해 8억명의 가입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초저가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바쁜 금융기관 수장들 모아 회의나 하는 동안 이미 중국의 핀테크는 우리가 다가갈 수도 없는 수준으로 가 있다. 이러니 IT강국 한반도의 호랑이가 예전에 고양이 취급하던 중국의 IT회사를 벤치마크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중국에 뒤진 한국의 핀테크, 체면이고 뭐고 없다. 죽자 사자 달려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당국의 규제, 규제 좋아하다 갑자기 더워지는 핀테크의 가마솥에서 한국금융기관 다 죽인다.

그러나 ‘꿩 잡는 게 매’다 핀테크보다 좋은 것은 ‘용(龍)테크’다. 지금 한국의 투자자들 알리바바, 탄센트, 진정구펀을 안방에서 살 수 있다. 용을 따라잡기 어렵다면 날아가는 용의 어께에 올라타면 된다. 금융기관과 정부, IT업계는 열심히 미국과 중국 핀테크기업을 연구해서 따라잡아야 한다. 한국의 투자가들은 세계적인 핀테크회사로 부상한 용(龍), 중국의 핀테크기업을 사서 폭발하는 성장의 과실을 누리면 된다. 핀테크시대에 뒤진 한국, 핀테크시대에 돈을 버는 한 방법은 바로 ‘용(龍)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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