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하나·외환銀 통합 지연으로 '1인 사내이사'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5.03.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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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유고시 경영공백 우려…하나·외환銀 통합 지연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 분석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지주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완료한다. 3년 연임이 확정되는 김정태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사외이사 8명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이사회 중 사내이사는 김 회장뿐이다. 최고경영자(CEO) 퇴임과 사고에 대비해 복수 사내이사를 두는 최근 금융권 흐름에 '역행'한 셈이다.

다만, 이같은 체제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앞둔 ‘과도기적 체제’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합을 대비해 경영진은 물론 이사회 조직까지 슬림화하던 와중에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하나금융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 외환·하나은행 통합이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면서 김 회장만 사내이사에 포함됐다는 것. 향후 은행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통합 은행장이 사내이사로 추가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마무리하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중 사내이사 1인을 두는 사례는 하나금융 뿐이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과 이홍 KB국민은행 부행장(선임 예정), 신한금융지주는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선임 예정),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과 박춘홍 수석부행장 등은 모두 CEO와 함께 지주사 또는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을 포함한 2인이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CEO 유고시 신속하게 공백을 대체할 사내이사를 둔 것.



하나금융도 1년 전에는 이사회에 복수의 사내이사가 참여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정기 주총 전까지 김 회장을 비롯해 당시 최흥식 지주사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4명의 경영진이 지주사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최 사장이 물러나며 사장직이 폐지됐다. 두 은행장도 차례로 교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사회 멤버에서 빠졌고,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등 신임 은행장 취임 후에도 사내이사로 선임하지 않았다. 1년 새 하나·외환은행 통합 추진과 함께 하나금융의 지배구조가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KB사태'를 경험한 금융권 일각에선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KB금융지주는 임영록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후 20일 동안 경영공백을 겪었다. 이사회가 윤웅원 전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했지만, 비등기임원인 탓에 등기 절차가 필요했던 탓이다. 법원 등기가 완료된 지난해 10월 1일까지 KB금융은 주요 경영사안을 미뤄야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30조 2항 6호에 '이사회 내부규정에 최고경영자 사고 등 비상상황 발생시 대행자 선정 신임후보 선임 등 비상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규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사내이사를 반드시 복수로 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모범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회장 유고시 경영공백은 대표적인 지배구조 헛점의 사례로 꼽혔다"이라며 "금융위는 KB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에서도 사내이사 확대 방안을 눈여겨봤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헛점이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미뤄진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항변도 존재한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지주사와 두 은행의 일부 사외이사를 겸직시키는 등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대비한 선제적인 슬림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의 과도기적 이사회 구성은 오히려 김 회장의 조기통합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결과로, 통합 작업의 진척에 따라 향후 확정될 통합 은행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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