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의 수백배 챙길 수 있다고?

머니투데이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전 FIU원장) 2015.03.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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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병든 경제의 여러모습들<1> 탐욕경제, 이기심과 도덕적 해이의 만연

편집자주 '한국경제는 병들었다'. 30여년간 경제 관료로 일한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겸 단국대 교수(전 FIU원장)의 진단이다. 이 전 원장은 "우리의 소득과 생활수준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가 과도한 경쟁과 인간의 탐욕에 지쳐있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과당경쟁의 지배로부터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 2의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는 한국경제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이철환의 병든경제와 행복경제'를 연재한다. 이 전 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지냈다.

투자액의 수백배 챙길 수 있다고?


우리 사회를 포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특히 자발적인 질서 유지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과 개인은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성원 간 신뢰를 저해하고 공정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기업이란 일반적으로 이윤을 목적으로 일정한 제품(서비스포함)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판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또 세금을 납부하여 국가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나 개인의 가계활동을 영위해 나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조직이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곧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이와 같이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기업과 기업인이 지나치게 과다한 이윤을 추구하려는 탐욕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의 성장과정에 많은 특혜가 주어졌으며, 기업인의 부의 축적과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비판의 정도가 더 심하다.

우리사회에 '대마불사(too big to fail)'란 말이 통용되어 왔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정상적인 기준으로는 도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너무 클 경우 도산 시의 부작용이 너무 커서 구제금융 등을 통해 존치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수익성과 관계없이 무작정 외형을 키우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는 경쟁상대를 제압해서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또한 덩치가 커지면 정부가 감히 어쩌지 못할 거라는 배짱심리도 작용했다.



또한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좋지 않은 관행도 만연되어있다. 이는 기업가가 기업 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더 열을 올렸다는 것을 방증한다. 회사의 자산을 자신의 몫으로 별도로 챙겨두기도 한다. 잘못한 기업주나 경영주가 회사가 망하게 되었는데도 자기만 챙길 것 다 챙기는 것은 분명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는 이러한 관행이 버젓이 존재한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오늘의 자본주의 시대에서 금융회사도 고수익과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영리기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에 비해 공공재적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 이는 금융회사는 중앙은행이 위탁한 지급결제 기능과 통화신용정책의 전달경로역할 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은 불특정다수, 아니 전 국민의 자금을 관리하기에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2008년 미국의 대형 투자금융회사인 리먼이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신용평가사들이 월가의 금융회사들과 공모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신용등급을 높게 유지했고 이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량 부실 사태가 일어났으며, 이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용평가회사 직원들이 회사수익을 올리기 위해 엉터리 신용평가를 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무디스의 한직원은 문제가 있는 모기지 담보증권(MBS)에 신용등급을 부풀려 좋게 매긴 뒤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 "우리는 매출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문구를 남겼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세계는 월스트리트(Wall-Street)로 대표되는 금융의 탐욕과 소득불평등심화 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 펠릭스 로하틴은 저서 'Dealings-월가의 전쟁'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월가에서의 승리는 수익뿐이다. 온갖 비밀스러운 금융상품을 고안하고, 회계조작이나 하는 기업에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다. 투기로 한순간에 대박이 나고, 세상은 이를 승리로 포장했다. 내가 아는 월가는 자본을 모아 기업을 구해내는 일을 승리라고 믿던 곳이었다. 경제에 진정한 활력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 말이다. 그 믿음이 다시 살아나야한다. 지금 월가는 기로에 서있다..."



개인들 또한 돈이 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투기와 '묻지 마' 식의 파생금융상품 투자이다. 이들은 잘만하면 투자액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다는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법망을 피하기 위한 탈법과 위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투기로 인해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고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 이는 건전한 사회활동을 통해서는 경제적 부를 축적 할 수가 없다는 상대적 상실감을 증폭시켜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게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의 탐욕은 비리와 부정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이들 사고의 원인으로 우선 일차적으로는 관련자들의 탐욕과 비리,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 그리고 정부의 감독 부실과 재난 대처능력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똬리를 틀고 있는 도덕불감증과 적당주의, 부정과 비리 등에 기인한다.



특히 남의 눈을 피해 뒤에서 하는 정당하지 않은 거래, 즉 검은 뒷거래관행은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뒷거래는 촌지, 리베이트, 비자금, 이면계약, 급행료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여전히 비리와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원자재가 사용되었고 결국은 날림공사와 불량제품들이 양산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법적이며 몰인간적인 행위들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우리들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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