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서로 "우리가 전문가"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5.04.03 05:54
글자크기

[the300-런치리포트] ['士'자의 전쟁: 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 ②] 찬·반 논리는?

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서로 "우리가 전문가"


변호사의 세무사·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 폐지 법안을 놓고 이해당사자인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세무사회, 대한변리사회는 저마다 '전문성'을 앞세우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가 모든 법률사무를 포괄하는 고도의 법률전문가라는 점을, 세무사회와 변리사회는 그들이 각각 세무, 지적 재삭권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변협 "우리가 더 전문적…세무사·변리사 불필요"

변협은 세무사나 변리사보다 포괄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있는 전문자격인 변호사가 원래 담당해야 하는 사무 가운데 일부를 떼어 특수한 전문직 자격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 지금의 세무사와 변리사라는 입장이다. 원래 변호사의 업무였던 만큼 변호사 자격자가 세무사나 변리사 자격을 자동취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변현은 세무사와 변리사의 경우 대부분 기술적이거나 행정 절차적인 업무만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문성이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복잡하게 얽힌 지적 재산권 문제나 국제 조세소송 등에서는 법률적 쟁점을 파악하고 합당한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이다.

변협은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조세 분야의 법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별개의 자격으로 전문성도 떨어지는 세무사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변리사 제도를 운용하기보다는 변호사 중 지적재산권 분야에 전문적인 연수를 거친 이들을 대상으로 지적 재산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변리사회·세무사회 "변호사, 전문성 떨어져 혼자선 못해"

세무사회는 자신들이 세법 뿐 아니라 회계학, 재정학, 상법 등 조세 관련 전문 분야에서 검증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운다. 조세 소송에 유리한 쟁점과 과세요건 등에 정통한 것은 변호사가 아닌 세무사라는 것이다. 변호사가 세법에 관한 충분한 전문성 검증없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면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을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세무사회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제도가 '1자격시험 1자격획득'이라는 전문자격사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과거에는 세무사 숫자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세무사가 충분히 배출됐다고 강조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세무사회에 등록된 회원은 약 1만명에 달한다.

한편 변리사회는 지적 재산권 분야가 일반 변호사들이 다룰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양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변호사 시험과 변리사 시험이 각각 7~8과목이 있는데 이 중 겹치는 건 민법과 민사소송법 단 2개 과목"이라며 "이것을 매개로 변호사 자격자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거꾸로 변리사 자격이 있을 때 변호사 자격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변리사의 업무가 더 이상 변호사의 일반 법률사무 영역에서 다루지 못할 만큼 전문화돼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 회장은 "지적 재산권 중에서도 핵심인 특허권 분야를 취급하려면 기술을 이해할 기본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 자격을 가졌다 해서 기술을 이해할 소양이 생기지 않는다"며 "현실에서 특허 관련 소송을 할 때 변호사가 단독으로 특허분쟁 소송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이어 "특허권 소송에서 변호사가 복잡한 과학기술을 설명할 역량이 부족해 변리사들이 뒤에서 설명이 적힌 '쪽지'를 건네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