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헤어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3.18/뉴스1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서민자녀 교육지원을 늘리겠다는 홍 지사 결정이 경남을 넘어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여야 지역 정가가 팽팽히 맞섰다. 경남 현지에선 급식정책을 정치화하는 것보다 경기회복이 시급하다는 민심도 감지됐다.
자녀 넷의 엄마라는 한 학부모는 "형편이 어려워 무상급식을 신청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딸은 '가난한 것 죽어도 친구들한테 보여주기 싫다'고 말한다"며 "정말 가난한 가정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가정인데 이 정도로 형편이 안된다는 것에 자괴감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이 부끄럽다"는 그의 말에 박 교육감도 눈물을 훔쳤고 문 대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앞서 문 대표는 경남도청을 찾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무상급식 정책을 두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문 대표는 무상급식 환원 요구를, 홍 지사는 예산지원 중단 강행을 고수했다. 무상급식 이슈 관련 관심을 모은 두 사람의 '담판'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벽을 보고 말하는 느낌"이라 할 정도로 소득 없이 끝났다. 웃으며 시작한 대화는 점차 냉랭해지더니 30여분 뒤 "다시 만나자" 정도의 덕담도 없이 마쳤다.
"(단체장의) 소신과 상관 없이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크게 차별 받아서 안되는 거죠.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 받지 못한다 그러면 부당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표)
이 시각 인기 뉴스
"밥보다도 공부가 우선이 아니냐 해서 정말 힘든 계층은 국비로 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교육청에서 하고 지자체 예산은 어려운 자녀 공부하는 데 보태져야겠다 한 것이에요." (홍준표 지사)
18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양산시 36개 초등학교, 14개 중학교, 11개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 지사도 무상급식 지원중단 방침이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맞섰다. 홍 지사는 문 대표에게 "작년에도 '밥 안먹어도 좋으니 학원 다닐 수 있게 해달라' 하는 서민 자녀들의 편지가 많이 왔다"며 "밥보다 공부가 우선이니 지자체 예산은 어려운 자녀들 공부하는 데 보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고 문 대표가 쏘아붙이자 "저도 마찬가지다. 중앙에서 대안을 갖고 오실 줄 알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에선 문 대표가 이처럼 적극 발언하면 홍 지사를 이른바 '이슈메이커'로 만들어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표는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만나 "경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하기로 하니 중앙 언론에서도 (무상급식 중단을) 다루고 전국적 쟁점이 됐다"고 자평했다.
당 관계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지원중단에 대한 지역여론이 좋지 않다"며 "홍 지사가 당장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어도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 주장했다. 학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무상급식 지원중단에 따른 비판여론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홍 지사를 만나고 나오는 시각 도청 앞에선 시민단체 회원 등이 급식용 식판을 들고 나와 무상급식 지원중단에 반대하는 '식판시위'를 벌였다.
여야의 무상급식 충돌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날 창원의 한 60대 남성은 "홍 지사가 (속칭) 뜨려고 그런다. 정치적인 승부수 아니겠나"라며 이 사안의 '정치화'를 지적했다. 50대 여성은 야당 대표가 '무상급식'을 화두로 지역을 방문한 데에 "(급식 문제보다) 경기가 언제 살아날 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창원 소재 3D프린터·산업용장비 업체 '대건테크'를 찾아 중견·중소기업 육성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서는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 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