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개특위 돌아보니…언제나 '가시밭길'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5.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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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헝거게임' 정개특위2-④]늑장 처리, 밥그릇 지키기 비판 일쑤

내년 20대 총선의 룰을 결정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8일 첫 회의를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정개특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지역구 조정 폭이 커 선거구 획정과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어느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총선 룰을 결정하는 정개특위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대 어느 국회를 막론하고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지역구 의원들의 생사가 갈리는 선거구 개편은 거의 매번 규정된 시한을 넘겨 결론이 났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도 늘상 따라다녔다.



◇치열한 생존 협상, 매번 선거 임박해 결론= 정개특위는 선거를 앞두고 룰 결정을 위해 구성된다. 총선 전 정개특위는 언제나 선거구 획정이 뜨거운 감자였다. 행정구역에 따라 선거구가 결정되는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은 인구 등 가변적인 요소들을 감안해 결정되는 탓이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권고안을 제시하고 정개특위가 이를 참고해 결정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입된 것은 15대 국회 때부터다. 그 이전에는 별도의 위원회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확정했다. 17대 국회 부터는 위원회에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정당의 당원을 배제하고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해 중립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실제론 위원회안은 말그대로 참고용일 뿐 정개특위에서 여야간 협상을 통해 결정돼 왔다. 제 3자가 낸 객관적인 안을 따르기 보다 여야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 협상할 여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관위의 권고안과 최종안은 대부분 달랐다. 18대 총선 룰을 결정한 17대 국회 때는 위원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역구 의석을 2석(245석, 1안) 또는 4석(247석, 2안) 늘리되 비례대표를 현행 유지하거나 늘리는 복수안을 냈다. 하지만 결론은 지역구 의석수는 245석으로 하되 비례대표는 줄이면서 획정위가 통폐합 대상으로 제시한 3곳(부산 남, 대구 달서, 전남 여수)을 그대로 유지했다.

19대 총선 획정 때는 선거구획정위가 서울에서 2석, 대구에서 1석, 전남에서 1석을 빼고 경기에서 5석, 강원에서 1석, 충남에서 1석을 늘려 지역구를 총 3석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인구수에 따라 원칙적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추가해 3석을 늘리고 영·호남에서 1석씩만 줄이는 것으로 결론냈다.


늑장 처리도 매번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은 총선 6개월 전에 매듭짓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2개월 안팎 앞두고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이었다. 여야는 물론,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이해와 맞물려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 결과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때는 선거일을 44일 앞둔 2월27일, 2008년 제18대 총선때는 선거일 50일 전인 2월22일, 2004년 제17대 총선때는 37일 전인 3월9일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됐다.

과거 정개특위 돌아보니…언제나 '가시밭길'




◇정치관계법, 2004년 이후 변화 적어 =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은 2000년대 초반에 많이 이뤄졌다.

16대 총선 룰을 결정한 2000년에는 비례대표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에 할당토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이 가결됐고,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을 전면 허용하고, 현행법상 후보자 등을 초청해 대담 및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단체는 선거기간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범위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17대 총선 때인 2004년엔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차떼기'등으로 정치 혁신에 대한 여론이 거셌을 때다. 이 때 통과된 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오세훈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해 '오세훈 법'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정당 후원회 금지 △법인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기탁 금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한도 제한 △고액 후원자 신상 공개 등이 담겼다. 선거법과 관련해선 합동연설회 및 정당후보자 등에 의한 연설회를 폐지, 1인2표제 도입(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에 각각 투표) 등이 정당법 개정안엔 '돈먹는 하마'로 불리던 법정지구당이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후 18, 19대 총선 때는 변화가 적었다. 2004년에 워낙 큰 변화가 있었던 데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체로 선거구 조정 폭이 컸던 해에 제도 변화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제도 변화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지역구 인구수 상하한 조정 결정에 따라 246개 지역구 중 62개 지역구를 조정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때보다 뜨거운 정개특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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